단식 8일째 쓰러진 황교안, 병원서 의식 회복…黃 부인 “여보, 여보”

입력 2019-11-28 06:07
청와대 앞에서 8일째 단식하던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27일 밤 응급실로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 앞에서 8일째 단식투쟁을 이어가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7일 밤 병원으로 이송돼 약 2시간 만에 의식을 회복했다. 단식 농성 현장을 지키던 부인 최지영 여사가 황 대표의 의식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의료진을 부른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당 관계자에 따르면 황 대표와 함께 텐트에 머물던 최 여사는 이날 오후 11시쯤 “좀 이상하다”며 주변에 도움을 요청했다. 밖에서 대기하던 의료진이 황 대표가 의식을 잃은 것을 확인, 황 대표는 오후 11시10분쯤 구급차에 실려 신촌 세브란스병원으로 긴급후송됐다. 황 대표는 병원에서 응급조치를 받은 뒤 일반병실로 옮겨졌다. 이후 28일 오전 0시50분쯤 의식을 되찾았다고 한다.

병원 이송 직전 최 여사는 “여보, 여보”라며 황 대표를 애타게 부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에 있던 박대출 의원은 “사모님이 많이 놀랐다”고 말했다. 최 여사는 병원에서도 황 대표의 곁을 지키고 있다.

한국당 의원들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병원으로 모시고 싶어 밤에 한 번 더 농성장에 갔는데 계속 눈을 못 뜨시고 어쩌다 한 번 눈을 떴다”며 “이래서는 안 된다, 병원으로 모셔야 한다고 했는데 본인이 워낙 안 가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10시까지 지키다가 나왔는데…”라고 덧붙였다.

황 대표가 이송된 세브란스병원 응급실 앞에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과 당직자들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맹우 사무총장은 “내일이나 모레 정도가 최대 고비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밤에 잘 주무시려나 하고 갈 사람들은 가는 그런 분위기였는데 이런 일이 생겼다”고 했다. 조경태 최고위원도 “오늘 밤에라도 억지로 병원에 모시고 와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의식을 잃고) 오시게 되니”라며 말을 맺지 못했다. 나 원내대표를 비롯한 한국당 의원들은 황 대표의 소식이 전해진 뒤 세브란스병원 응급실 앞에 모여들었다.

황 대표가 의식을 찾은 뒤 김명연 의원은 “의식을 회복했지만, 눈을 뜨고 알아보는 정도”라며 “기초적인 회복만 된 상태”라고 했다. 이어 “눈을 뜨고 사람 알아보는 정도인데 위험한 고비는 넘기지 않았나 희망한다. 혈압, 맥박, 심장 기초검사를 했는데 아주 정상은 아니지만 회복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만 우려가 되는 것은 신장, 즉 콩팥 상태인데 그것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면서 “전해질 상태 불균형이 되면 이게 장기화했을 때 뇌부종이 올 수 있는데 전해질 상태 검사 결과 경계선에 있어서 위험한 고비는 넘겼으나 경과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부연했다.

나 원내대표는 “정말 이 정부, 비정한 정권. 이렇게 야당의 당대표가 오랜 시간 추위에서 단식을 이어가고 있는데 이 정권에서는 어떠한 반응도 없었다”며 “얼마나 많은 사람이 목소리로 외쳐야 반응이라도 할 것인지 묻고 싶다”라고 말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