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로만 구성된 북한의 대표 전자 악단인 북한의 모란봉 악단이 다음달 중국에서 4년만에 열기로 했던 공연이 전격 취소됐다.
27일 베이징 소식통 등에 따르면 모란봉 악단은 북·중 수교 70주년을 기념해 오는 12월부터 한 달여 간 베이징, 상하이, 선전, 창사 등 중국 주요 지역에서 순회공연을 하기로 했으나 갑자기 중단됐다.
모란봉 악단은 당초 12월 3일 베이징 공연을 한 뒤 5일 상하이를 시작으로 우한, 충칭, 청두, 광저우, 선전, 산터우, 주하이, 뤄디를 거쳐 25일 창사에서 공연을 할 계획이었다.
이 소식통은 “현재 공연 계획이 잠정 중단된 상태로 알고 있다”면서 “중단된 이유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고 있으나 정치적인 고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모란봉 악단이 다음달 초 공연을 하려면 선발대나 관련 장비가 들어오고 공연장 예약도 이뤄져야 하는데 현재 그런 움직임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모란봉 악단의 방중 공연장으로 예정됐던 우커송 캐딜락센터도 다음주 악단의 일정이 잡히지 않았다.
이는 최근 북·미 비핵화 협상이 교착 상태인데다, 최근 홍콩 사태와 미·중 무역협상 등으로 미국과의 관계가 민감한 시점이어서 중국이 북한 공연단의 방중에 부담을 느겼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북한 역시 대미 관계가 삐걱거리는 상황에서 공연단이 순회 공연을 하면서 중국과 밀월 관계를 과시해봐야 실익이 없다는 판단을 했을 수 있다.
올해 북·중 수교 70주년을 맞아 유력하게 거론되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연내 방중이 사실상 어려워지고, 모란봉 악단 방중 공연도 무산되자 북·중 간 전략적 밀월 관계도 균열이 생기는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현송월 단장이 이끌었던 모란봉 악단은 2015년 12월 베이징을 방문했으나 공연 직전에 공연 내용을 놓고 불협화음이 일면서 갑자기 공연을 취소하고 귀국하면서 북·중 간 갈등의 대표적 사례로 기록됐다. 이후 북한의 핵·미사일 시험 등으로 관계가 냉각되면서 국가 차원의 예술단 교류는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 3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첫 방중을 시작으로 북·중 관계가 풀리면서 문화 교류도 재개됐다.
지난 1월 김 위원장의 4차 방중 직후 리수용 북한 노동당 국제 담당 부위원장과 현송월 삼지연 관현악단 단장이 이끄는 북한 친선 예술단이 베이징에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 등 중국 주요 지도부가 참관한 가운데 공연을 가졌다.
여기에 북·중 갈등의 대표적 사례인 모란봉 악단의 베이징 공연이 성사되면 북·중 우호 관계가 더욱 깊어질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으나 또 다시 모란봉 공연은 성사되지 못했다. 모란봉 악단은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모란봉’이란 이름을 지어줄 정도로 높은 대우와 북한 내 최고 인기를 누리고 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