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27일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경찰 수사에 대해 ‘하명(下命) 수사’가 아니라 단지 ‘첩보의 이첩(받은 공문이나 통첩을 다른 부서로 다시 보냄)’만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청와대가 김 전 시장을 콕 찍어서 청부 수사를 지시한 게 아니라 김 전 시장 관련 첩보가 들어와 통상적 절차대로 확인해보라는 취지에서 경찰로 넘겼다는 것이다. 경찰에 수사를 지시하지도 않았고, 하명 수사를 시킬 법적인 근거나 권한도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에서 첩보가 이첩되면 그 자체로 수사 압박을 받게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청와대에 따르면 민정수석실은 평소 다양한 분야의 첩보와 민원을 수집한다. 접수된 민원은 청와대 내 제도개혁비서관실로 넘긴다. 첩보 가운데 감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사안은 감사원으로, 공직자 비위 의혹은 경찰로 이관해 사실 여부를 확인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청와대로 들어오는 첩보나 민원 가운데 허위 사실이 많다. 모든 것을 청와대가 챙길 수 없는 노릇”이라며 “일부 첩보와 민원을 담당 부서나 기관으로 보내 처리하게 하는 것이 지금까지 운영돼온 국가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김 전 시장 관련 수사도 이런 시스템에 맞춰 처리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 비서실 직제를 규정한 대통령령(제29432호)에 따르면 민정수석실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행정부 소속 고위공직자와 공공기관 단체장, 대통령의 친족 등에 대해서만 감찰이 가능하다. 김 전 시장은 선출직 공무원이라 첩보 수집 대상도 아니다.
청와대는 이에 대해 민정수석실이 주도해 김 전 시장 비위 정보를 수집한 것이 아니고, 청와대로 관련 제보가 들어와 절차에 따라 경찰로 넘겼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 전 시장 건에서 청와대가 검찰과 법원에 영장을 청구, 발부하라고 지시한 적이 전혀 없다”며 “통상적인 첩보 이첩 과정을 밟아서 처리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령을 넘어서는 월권을 행하거나 사찰을 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구체적으로 어떤 경로와 형식을 통해 김 전 시장 관련 정보가 청와대로 들어왔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민정수석실은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단 한번도 하명 수사를 지시한 적이 없다”며 “하명 수사라는 일부 언론의 보도는 허위”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하명 수사는 박근혜정부 때나 가능했던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 관계자는 청와대 윗선이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을 무마했다는 의혹도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했다. 또 김 전 시장 건과 유 전 부시장 건은 서로 전혀 성격이 다른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