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일 남았다’며 병원행 거부한 황교안 대표의 건강 상태는?

입력 2019-11-27 05:02
7일째 단식농성 중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6일 오후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 단식농성 천막에 누워 있다. 뉴시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일주일 째 단식을 이어가면서 건강이 급격히 악화했다. 말조차 제대로 하지 못할 정도로 몸져누운 황 대표에게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최고위원들이 병원에 갈 것을 권유했지만 황 대표는 “아직 할 일이 남았다”며 거부한 것으로 전해져 걱정을 사고 있다.

김광림 자유한국당 최고위원을 비롯한 의원들이 26일 오후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 단식농성 천막에서 7일째 단식농성 중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를 찾아 병원 이송 설득을 하고 있다. 뉴시스.

김광림, 김순례, 정미경, 신보라 최고위원은 26일 오후 9시쯤 청와대 사랑채 앞 황 대표의 단식 농성장을 찾았다. 이들은 의료진이 황 대표에게서 ‘단백뇨’가 나오고 있다면서 ‘혈뇨’로 진행돼 위급한 상황에 놓이기 전에 병원으로 옮겨야 한다고 진단했다고 전했다. 약사인 김순례 최고 위원은 “의료진과 말씀을 나눴는데 황 대표는 정신력으로 버티고 있다”며 “조금만 혈뇨가 나타나면 어떤 수를 쓰더라도 병원으로 모셔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7일째 단식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청와대 앞 농성장을 찾은 나경원 원내대표가 26일 황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김도읍 당대표 비서실장은 “황 대표가 오늘 물을 1ℓ도 못 마셨다”며 “사람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는 상태”라고 전했다. 황 대표 곁에서 매일 밤을 보내고 있는 김명연 수석대변인도 “날이 춥고 바람에 천막이 펄럭이는 소리 때문에 황 대표가 잠을 제대로 못 자고 있다”며 “자다 깨기를 반복했다”고 했다.

정경미 최고위원도 황 대표를 만난 뒤 기자들에게 “너무 많은 사람들이 대표님을 병원으로 모셔야 한다. 이러다 위험해질 수 있다(고 걱정한다)”며 “대표님 성격으론 (병원에) 안 가려고 할 게 분명해 저희라도 권유해보자고 해서 왔다”로 했다.

“지금 대표님은 말씀을 나누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한 정 최고위원은 “말을 듣기도 힘들어 눈으로 깜빡거리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보고 있기도 힘들 정도”라며 울먹인 정 최고위원은 “아직도 할 일이 남았다며 아직 더 있어야 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도 이날 오전 단식농성장 옆에서 주재한 원내대책회의를 전후해 농성장을 찾은 데 이어 밤에도 텐트에 들어가 황 대표의 상태를 살폈다. 황 대표는 작은 목소리로 “아직 할 일이 남았다. 아직 더 있어야 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6일 오후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 단식농성 천막에서 7일째 단식농성 중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를 방문한 뒤 의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오후 10시쯤 황 대표를 다시 만난 뒤 나 대표는 또 “기력이 많이 쇠하셨다. 황 대교가 병원행을 원하지 않고 있어 정말 안타깝다”며 “제1야당 대표가 단식하고 계시는데 여기에 대한 여당의 성의 있는 태도가 전혀 보이지 않는 것이 답답하다”고 비판했다.

김광림 최고위원도 “병원에 가자는 저희의 건의에 (황 대표께선) 완강히 ‘아니다’라고 답하셨다”며 “바깥에 지금 의료진이 대기 중이다. 계속 (병원에 가도록) 설득할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신보라 최고위원도 “병원행을 설득했지만, 본인의 의지가 너무 완강하다”고 했다.

앞서 황 대표는 지난 20일부터 지소미아(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연장과 패스트트랙 법안 철회를 요구하며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 이후 황 대표는 지난 22일 지소미아 종료 유예 결정이 내려진 뒤에는 청와대 앞에서 철야 노숙 단식 농성 중이다. 혹한의 날씨에 건강 상태가 급격히 악화하자, 현재 한국당 측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의료진을 대기시킨 상태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