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훈풍’에 들썩이는 금융시장…12월 15일까지 ‘허들’ 넘을까

입력 2019-11-26 16:18 수정 2019-11-26 16:30

미·중 무역협상의 흐름에 따라 세계 금융시장이 일희일비(一喜一悲)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중국이 무역협상의 핵심 쟁점인 ‘지식재산권 보호’를 강화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미국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일주일 만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6일 자신의 트위터에 “증시의 새로운 기록. 즐겨라(Enjoy)”고 썼다.

미·중 무역협상이 ‘1단계 합의’에 다가선 시점은 지난달 11일(현지시간)이었다. 하지만 한 달이 넘도록 공식 합의문 서명식이나 정상회담은 열리지 않았다. 당초 구체적 합의를 마무리하는 데 5주 정도 걸린다고 예측됐지만, 협상 ‘줄다리기’가 장기화되면서 각국 증시와 환율이 들썩이곤 했다.

미국 증시가 상승세로 접어든 배경에는 지난 주말부터 시작된 중국발(發) 훈풍이 있다. 중국 관영매체인 환구시보는 지난 25일 “미·중 양국이 1단계 무역합의 타결에 매우 근접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미국 다우존스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0.68% 오른 2만8066.47로 장을 마감했다. 지난 18일 기록했던 최고점(2만8036.22)를 갈아치웠다.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도 각각 0.75%, 1.32% 상승한 3133.64, 8632.49에 거래를 마치며 전 고점을 넘어섰다.

불과 나흘 전만 해도 분위기는 달랐다. 지난 21일 미·중 무역협상은 ‘합의 불발’로 기운다는 우려를 키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의 무역협상이 원하는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했고, 로이터통신 등은 “타결이 내년으로 미뤄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미국의 ‘홍콩 인권법’ 제정 논란까지 불확실성을 부채질했다. 미국 상원이 홍콩 인권법을 통과시키고 10일 내로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다는 예상이 나오면서 신흥국들의 금리가 오르고 환율은 약세를 띄었다. 원·달러 환율도 21일부터 1160원대에서 1170원대로 재진입(원화 약세)했었다.

글로벌 금융시장은 다음 달 15일까지 미·중 정상이 합의문에 서명할지 촉각을 곤두세운다. ‘12월 15일’은 미국이 16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제품에 1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한 날이다. 크리스마스를 열흘 앞둔 시점에서 중국산 소비재를 수입하는 회사의 매출과 소비심리에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다.

금융권은 다음 달 15일 전까지 ‘1단계 합의 타결’을 한다는 데 무게를 둔다.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이 거주하는 이른바 ‘팜 벨트’(중서부 농업지대)와 ‘러스트 벨트’(북동부 공장지대)에선 최근 실업률이 오르면서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중 무역합의에 따른 경기 활성화 효과를 트럼프 대통령도 거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재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합의 결렬이란) 도박을 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현재 증시 낙폭이 축소되는 요인은 시장이 관세 부과 연기를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합의’는 박스권에 갇힌 국내 증시에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26일 코스피지수는 외국인의 ‘팔자’에 밀려 전 거래일 대비 0.10% 내린 2121.35에 장을 마쳤다. 코스닥지수는 나스닥지수 상승 등의 영향으로 0.65% 오른 651.59로 이틀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 연구원은 “12월에 1단계 합의가 가능하다면 연내 코스피지수가 2260선까지 반등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