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를 철회하기 위해서는 수년이 걸릴 것이라고 일본 언론이 보도했다. 한·일간 정책 대화가 재개되더라도 한국 정부가 수출 관리에 대한 적극적인 개선 의지를 보여주지 않는 이상 일본 정부는 수출 규제를 철회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연장 조건으로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를 신속하게 철회할 것을 요구하고 있어 일본의 이같은 방침이 사실일 경우, 양국의 갈등은 더욱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마이니치 신문은 이와 관련된 과장급 협의회가 12월 초순에 열릴 전망이라고 26일 밝혔다. 국장급 대화도 12월 하순 중국 청두에서 예정된 한·중·일 정상회담 전에 열리는 것을 목표로 일정을 조율 중이라고 했다.
국장급 회의 미개최는 일본 정부가 한국을 수출우대국(화이트국가)에서 제외하면서 내세운 이유 중 하나다. 한국과 일본은 군사적 용도의 ‘전략 물자’ 수출입과 관련해 국장급 고위 공무원들이 만나 협의를 진행해왔는데 이 회의가 문재인 정부 들어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 일본 정부는 이 회의가 열리지 않은 것을 ‘신뢰 훼손’이라고 하며 지난 7월 수출 규제를 단행했다.
이번에 국장급 회의는 3년 만의 개최다. 마이니치 신문은 “일본정부는 불화수소 등 반도체 소재에 대한 수출 규제 완화나 한국을 수출 우대국으로 즉시 복귀시킬 수 없다는 방침”라면서 “(수출 규제 철회를 위해서는) 한국으로 수출되는 물품에 대한 적절한 실시와 한국의 수출 관리체제의 정비 등을 조건으로 한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 관계자 역시 “대화가 필요한 부분으로 그룹A(화이트국가)로의 복귀로는 수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일본이 먼저 지소미아 연장을 요구하며 수출 규제 철회를 위한 정책 대화를 요청했다는 우리나라의 입장과 엇갈리는 보도다. 우리 정부는 협의를 시작한 뒤 일본이 계속 시간을 끌면서 수출 규제를 철회하지 않을 경우 지소미아 종료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후 이어지는 지소미아 종료 유예에 대한 양국 간의 기싸움은 향후 수출 규제 철회와 갈등 해소에 대한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호다카 신 경제산업성 무역경제협력국장은 25일 자민당 회의에 출석해 한국이 그룹A로 복귀하기 위해서는 수출 규제의 이유로 내세운 3가지 부분에 대해서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는 국장급 회의 미개최, 재래식 무기에 대한 수출 관리 미흡, 수출 심사 체제·심사 인원의 미흡이다. 첫 번째가 내달 있을 국장급 회의 개최라면 두 번째, 세 번째는 한국 정부의 태도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이다. 호다카 국장은 “세 가지 조건이 해소되지 않는 한, 화이트국가로서의 복귀는 없다”고 강조했다고 마이니치는 전했다.
나카야마 야스히데 자민당 외교부회 회장도 브리핑에서 “신뢰, 법 정비, 인원 3가지 조건을 갖추기까지는 일정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이날 자민당 부회에선 “마치 한국과 일본이 무엇인가 뒷거래를 한 것 같은 오해가 없도록 해야 한다”, “징용문제의 보복으로 일본이 화이트국가로부터 한국을 뺐다고 잘못 이해하는 국민들이 있으니, 잘 설명하라”는 주문이 쏟아졌다고 한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