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장동윤(27)은 최근 청춘스타 가뭄인 브라운관의 단비 같은 존재로 꼽힌다. 2016년 웹드라마로 데뷔한 그는 4년이 채 되지 않아 넓은 연기 스펙트럼으로 단숨에 주연급 스타로 발돋움했다. 특히 그는 25일 끝맺은 드라마 ‘조선로코-녹두전’(KBS2·이하 녹두전)에서 주인공 여장 남자 전녹두 역으로 열연하면서 대중에게 눈도장을 확실히 찍었다.
장동윤도 시청자들만큼 작품과의 작별이 아쉬운 듯했다. 26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만난 장동윤은 “아직 드라마가 끝났다는 게 실감이 잘 안 난다”며 “캐릭터와 작품에 대한 애정이 컸던 만큼 뿌듯함도 남다르다”고 소회를 전했다.
“저 역시 녹두전 팬이 됐습니다. 무엇보다 액션과 로맨스, 코믹 연기 같은 다양한 연기 재미를 찾은 게 가장 큰 의미인 것 같아요. 배우로서 노력의 방향성을 찾은 것 같아 뿌듯함이 커요.”
녹두전은 과부촌에 여장하고 잠입한 전녹두와 기생이 되기 싫은 동동주(김소현) 사이의 사랑을 역사적 배경 속에 녹여낸 로맨틱 코미디물이다. 가장 화제가 된 것 중 하나가 다름 아닌 여장을 한 장동윤의 미모였다. 우스갯소리로 상대역이었던 김소현만큼 예쁘다는 이야기들이 돌았을 정도다.
장동윤의 남다른 열정이 빚은 결과이기도 했다. 몸무게를 3㎏가량 감량했고 체지방률을 3%대까지 낮췄다. 체력 관리를 위해 3~4시간 거리는 일부러 걸어 다녔다고 한다. 전작 ‘땐뽀걸즈’(KBS2) 시절부터 매주 한 번씩 현대무용을 배우면서 유연성을 다져놓은 것도 큰 도움이 됐다. 장동윤은 “여장을 위해서이기도 했지만, 날쌘 액션신을 보여드리기 위한 준비이기도 했다”고 했다.
“여장 연기는 준비할 여지가 많아서 오히려 도전하는 재미가 컸어요. 목소리 톤 조절에 많은 신경을 썼죠. 제작진분들께 이의제기도 많이 했어요. 미디어에서 일반적으로 보이는 여장 남자의 모습을 그대로 따르기보단 저만의 인물로 표현하려 했습니다.”
녹두전은 극 초반 장동윤과 김소현을 앞세운 달콤한 로맨스로 연일 화제 몰이를 했다. 초반 팬 유입도 급격히 늘면서 7~8%(닐슨코리아) 정도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다만 후반부로 갈수록 역사적 사실에 초점을 맞춘 정통 사극의 느낌을 띠면서 더 많은 팬을 유입하는 데는 어려움을 겪었다. 장동윤은 “개인적으로 아쉬운 부분이 있는 건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취향 차이라고 생각해요. 후반부가 무거워질 거란 예상은 충분히 했었어요. 하지만 녹두일 때의 서사와 감정에 충분히 이입한 상태였기 때문에 오히려 여장보다 그게 더 편하겠다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같은 청춘스타로서 활약하고 있는 김소현과의 호흡도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장동윤은 “소현씨와 합이 참 잘 맞았다. 현장에서도 호흡이 자연스럽고 좋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며 “소현씨가 배려심도 깊고, 어렸을 때부터 연기자로 생활해온 만큼 여유가 있었다”고 전했다.
데뷔 약 4년 만에 청춘스타 자리를 꿰찬 행보만큼이나 장동윤의 캐스팅 비화도 비상한 면이 있다. 한양대학교 경제금융학부 학생이던 시절 그는 서울 관악구에서 강도를 때려잡은 시민 영웅으로 뉴스 인터뷰를 했는데, 이게 연예계 관계자의 눈에 띄었다. 흉기를 든 강도를 잡을 생각을 한 건 “큰 의협심” 때문이었다.
“편의점에 친구들과 앉아있었는데, 험상궂은 남자 한 명이 왼손에 칼을 들고 있더라고요. 친구들은 혼비백산했고 제가 결국 신고 전화를 해 잡았죠. 또 그런 일이 생긴다고 해도 똑같이 행동할 것 같아요.”
장동윤은 “연기를 하면 할수록 내 적성과 딱 맞는다는 생각이 든다”며 “갈수록 즐거움과 욕심도 커지는 것 같다”고 했다. 그렇다면 그런 그가 꿈꾸는 배우의 모습은 무엇일까. 다양한 장르를 소화할 수 있는 연기자가 그중 하나였다.
“액션이나 정통사극, 코믹한 톤의 작품들을 다양하게 해보고 싶어요. 더 과감하게 도전해야죠. 물론 많이 보여드리고 사랑받았던 아기자기한 이야기들도 놓치지 않을 거예요. 많은 작품으로 찾아뵈려고요(웃음).”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