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1년새 3번째 총선?… 연정 구성 또다시 실패

입력 2019-11-21 16:03
베냐민 네타냐후(왼쪽부터)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 9월 예루살렘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레우벤 리블린 대통령, 베니 간츠 청백당 대표와 손을 맞잡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이스라엘에서 연립 정부 구성 시도가 또다시 실패로 끝났다. 지난 9월 총선 이후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에 이어 제1야당 청백당의 베니 간츠 대표도 연정을 꾸리지 못하면서 또다시 총선이 실시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경우 이스라엘에서는 1년 사이에 총선이 3차례나 실시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게 된다.

21일(현지시간) AP통신 등은 간츠 청백당 대표가 연정 구성 시한을 몇 시간 앞두고 레우벤 리블린 이스라엘 대통령에게 연정 구성 권한을 반납했다고 전했다. 간츠 대표는 네타냐후 총리가 연정 구성을 실패한 직후인 지난달 23일 리블린 대통령으로부터 연정 구성권을 부여받은 뒤 다른 정당과 협상을 벌여 왔지만 마감 시한인 20일 밤 12시까지 120석에 달하는 의회 과반을 확보하지 못했다.

지난 총선에서 청백당이 33석으로 의회에서 최다 의석을 확보했고 리쿠드당은 1석 적은 32석을 얻었다. 다만 네타냐후 총리의 보수 진영은 모두 55석으로 아랍계 정당들을 포함한 간츠 진영(54석)보다 많다. 두 정당 모두 연정을 성공시키려면 8석을 얻은 ‘이스라엘 베이테누(이스라엘은 우리 집)’의 도움이 필수적이었다. 하지만 극우 정당 ‘이스라엘 베이테누’를 이끄는 아비그도르 리에베르만 전 국방장관이 연정 참여 조건으로 리쿠드당과 청백당이 연정에 모두 참여할 것을 요구하면서 성사되지 못했다. 또한 리에베르만 전 장관은 네타냐후 총리 진영인 유대교 정당들이나 간츠 대표를 지지하는 아랍계 정당들과 손잡을 수 없다고 강조해왔다.

간츠 대표와 네타냐후 총리는 19일 밤 만나 담판을 벌였지만, 연정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하레츠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간츠 대표와 총리직을 번갈아 맡는 식으로 ‘대연정안’을 제안했다. 하지만 청백당은 부패 혐의로 검찰 기소 위기에 있는 네타냐후 총리가 있는 한 리쿠드당과는 손잡지 않겠다는 방침을 고수했다.

이스라엘 의회는 앞으로 21일 동안 의원 과반의 지지를 받는 총리 후보를 논의할 예정인데 주요 후보들의 입장 변화가 없으면 내년 3월 전에 또 한 차례 총선이 열릴 가능성이 있다. 다만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의회에서 보수 진영이 우세하기 때문에 네타냐후 총리가 간츠 대표보다 다시 총리직 기회를 잡을 개연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최근 안보 이슈를 부각하며 연정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지난 12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이례적으로 표적 공습해 이란이 후원하는 무장정파 ‘이슬라믹 지하드’의 지휘관을 살해하는 등 최근 팔레스타인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