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상하원 사실상 만장일치라 ‘트럼프 거부권’ 의미없어
홍콩 언론, “미 의회, ‘중국 때리기’ 법안 150개 이상 준비”
미국 하원이 20일(현지시간) ‘홍콩 인권 민주주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하원은 또 최루탄과 전기충격기 등 시위 진압 물품을 홍콩 경찰에 수출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도 가결시켰다.
이 두 가지 법안은 미 상원이 19일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던 법안들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 법안들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서명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중국은 미국의 움직임을 내정간섭이라고 반발하고 있어 미·중 갈등은 더욱 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중 1단계 무역합의도 내년으로 넘어갈 것이라고 보인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미 하원은 이날 홍콩 인권법안을 찬성 417표, 반대 1표로 통과시켰다. 개표함을 열기 전부터 이 법안의 가결은 기정사실처럼 여겨졌다. 하원은 지난달 15일 이와 유사한 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민주당 소속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하원은 미국이 자유를 사랑하는 홍콩 시민들과 연대한다는 확실한 메시지를 세계에 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홍콩 인권법안은 미국이 홍콩 시위를 지지한다는 정치적 의미와 함께 중국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안은 미 국무부가 최소 1년에 한 번, 미국이 홍콩에 부여한 특별지위인 세계금융센터의 역할을 유지할 수 있는 충분한 자치권을 홍콩이 행사하고 있는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중국은 홍콩을 통해 외환의 60%를 공급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이 세계금융센터의 지위를 상실하면 중국의 외환수입 돈줄이 막힐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 법안은 또 홍콩 인권 탄압에 책임이 있는 인사들에 대해 미국 입국 금지 등 제재 조치를 담고 있다.
미 하원은 홍콩 인권법안에 이어 최루탄, 최루액(페퍼 스프레이), 고무탄, 전기충격기 등 시위 진압 물품에 대한 홍콩 수출 금지 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요일을 제외한 10일 이내에 이들 법안에 서명할지, 거부권을 행사해야 할지 결정해야 한다. 로이터통신은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에 이들 법안에 서명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이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이후 상·하원이 다시 상정해 각각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확보하면 이들 법안은 법률적 효력을 자동적으로 얻는다”면서 “홍콩 지지 2개 법안 모두 사실상 만장일치를 얻은 상태라 트럼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거부권을 행사해도 이 법안을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 의회가 중국을 공격하는 법안을 150개 이상 준비 중이라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1일 보도했다. 미 의회가 홍콩 인권법안 이외에 신장 위구르, 사이버 안보, 대만, 남중국해 등 중국이 극도로 민감하게 여기는 문제들을 건드리는 법안을 150개 이상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법안은 ‘위구르 인권 정책 법안’이다. 중국 정부가 자치구 내의 위구르인을 마구 잡아들여 최대 100만 명을 강제수용소에 구금했다는 언론과 국제기구의 고발이 잇따르고 있다. ‘중국 기술이전 통제 법안’은 중국에 이전돼서는 안 될 국가안보 기술 리스트를 만든 뒤 이를 어기고 중국에 국가안보 기술을 이전하는 개인을 제재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미 의회에서 ‘중국 때리기’ 법안이 쏟아지는 이유는 공화당과 민주당 양당 모두의 동의를 쉽게 얻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이슈 중 하나이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