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레지 않으면 버려라”며 전 세계에 미니멀 라이프 열풍을 불러일으킨 곤도 마리에(35)가 인터넷 쇼핑몰을 개설해 비난받고 있다.
CNN과 더타임스 등은 ‘정리의 여왕’으로 유명한 곤도가 18일 인터넷 쇼핑몰 곤마리닷컴을 열고 ‘마리에게 설레는 물건들’이라는 이름 아래 상품을 팔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곳에서는 주방 용품, 목욕용품, 인테리어 소품을 비롯한 다양한 물건들이 판매 중이다. 나무젓가락 10달러(약 1만2000원), 수건 50달러(약 5만8000원), 실내화 206달러(약 24만2000원) 등 가격도 비싼 편이다.
곤도의 쇼핑몰 개설은 팬들에게 배신감을 안겨주고 있다. 그동안 곤도가 내세운 정리 원칙인 “많은 물건을 가지고 있지 말라”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더타임스는 “곤도의 쇼핑몰에서 파는 물건 중에는 장식용 크리스탈이나 고급 젓가락 등 사람들이 가정용 필수품이라고 생각지 않는 것도 적지 않다“며 “곤도가 평소 이야기하던 미니멀리즘과 차이가 난다”고 지적했다.
곤도는 2011년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이라는 책으로 일본을 비롯해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다. ‘곤마리 정리법’을 알려주는 이 책은 영어로 번역돼 무려 800만부가 팔리기도 했다. 곤도의 영향으로 미국 가정에서 안 쓰는 물건을 재활용 가게와 자선업체에 기부하는 움직임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기도 했다. 나아가 올해 1월 넷플릭스에서 ‘곤도 마리에: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라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곤도는 전 세계적인 스타가 됐다. 하지만 이번 쇼핑몰 개설은 곤도가 상업주의에 빠져 자신의 원칙을 버리고 팬들을 이용했다는 비난을 초래했다.
곤도는 19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물건들에 대한 독자들의 문의가 많아서 쇼핑몰을 열게 됐다”고 해명했다. 이어 “절대 과소비를 조장하려는 생각이 없다”면서 “당신이 지금 쓰는 물건이 설렘을 준다면 난 절대 그것을 바꾸라고 부추기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팬들은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가디언 등에 따르면 곤도의 한 팬은 트위터에 “가지고 있던 모든 걸 버리라고 했던 것은 결국 그 빈자리에 자신의 물건을 채우려 한 것이군요. 영리한 여자”라고 비난했다. 또 다른 팬은 “미국에서 활동하면서 곤도에게 없던 새로운 상업적 본능이 일깨워졌다”는 비꼬기도 했다. 곤도가 온라인 쇼핑몰을 시작하면서 그의 SNS 팔로워가 급감하는 등 팬들은 줄어두는 모양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