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로 끊은 황교안 “죽기를 각오한 단식”

입력 2019-11-20 17:15 수정 2019-11-20 17:50
“당 쇄신하라는 국민 명령, 제게 부여된 칼 들겠다” 대대적 인적쇄신 예고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0일 청와대 앞에서 국정 대전환을 촉구하는 단식 투쟁을 시작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0일 “죽기를 각오하겠다”며 단식 농성에 들어갔다.

황 대표는 이날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단식을 시작하며 발표한 대국민 호소문에서 “절체절명의 국가 위기를 막기 위해 저는 이 순간 국민 속으로 들어가 무기한 단식 투쟁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 장소는 황 대표가 지난 9월 조국 법무부 장관 파면을 촉구하며 삭발을 했던 곳이다. 황 대표는 이 광장에서 천막을 치고 농성을 이어갈 계획이었으나, 경호상의 이유 등으로 천막 설치가 어려워지자 장소를 국회로 옮겨 단식을 이어가기로 했다.

그는 “곧 다가올 겨울의 삭풍을 생각하며 저는 이 자리에 서 있다”며 “영원한 겨울로 들어가 더이상 어떤 꽃도, 어떤 나무도 자라지 않는 대한민국, 그리하여 웃음도 희망도 사라져버린 대한민국을 생각하면 지금 이 순간의 추위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재인정부는) 자신들이 20대 언저리에 꿈꿨던 실패할 수 없는 국가, 사회 건설을 향해 지금 이 순간도 물불을 가리지 않고 달려가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황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GSOMIA) 파기 철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 포기,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철회 등 세 가지 요구 사항을 내걸었다. 이들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단식을 이어간다는 것인데, 세 가지 사항 모두 현실적으로 문 대통령이 수용할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다.

황 대표는 “대통령께서 자신과 한 줌 정치 세력의 운명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운명, 앞으로 이어질 대한민국 미래를 놓고 결단을 내려주실 것을 저는 단식으로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과의 경제 갈등을 지소미아 폐기라는 안보 갈등으로 뒤바꾼 문 대통령은 이제 미국까지 가세한 더 큰 안보전쟁, 더 큰 경제전쟁의 불구덩이로 대한민국을 밀어 넣었다”고 비판했다.

공수처법과 관련해서는 “문재인 시대 반대자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고, 반대자들은 모조리 사법 정의라는 이름으로 처단하겠다는 법”이라면서 ‘좌파 독재법’으로 규정했다.

그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두고는 “국민의 표를 도둑질해서 문재인 시대, 혹은 문재인 시대보다 더 못한 시대를 만들어 가려는 사람들의 이합집산법”이라며 “자신들 밥그릇 늘리기 법”이라고 주장했다.

황 대표는 “저 황교안의 오늘의 단식이 대한민국을 지키고,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지키는 절실한 단식이라는 점을 헤아려 달라. 야당이 기댈 곳은 오로지 국민 여러분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20일 단식 투쟁을 시작하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농성장을 찾은 한국당 의원들 및 지지자들. 연합뉴스

황 대표는 이와 함께 “단식을 시작하며 저를 내려놓는다. 모든 것을 비우겠다”며 이번 단식을 계기로 한국당에 강한 쇄신 드라이브를 걸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당을 쇄신하라는 국민의 지엄한 명령을 받들기 위해 저에게 부여된 칼을 들겠다”며 “국민의 눈높이 이상으로 처절하게 혁신하겠다”고 했다. 대대적 인적쇄신을 예고한 것으로 해석된다.

황 대표는 “문재인 정권의 망국(亡國) 정치를 분쇄하려면 반드시 대통합이 이루어져야 한다”며 “대통합 외에는 어떤 대안도, 어떤 우회로도 없다. 자유민주세력의 대승적 승리를 위해 각자의 소아(小我)를 버릴 것을 간절히 호소한다”고도 했다.

또 “지금까지 저와 한국당이 새 시대를 담아낼 그릇으로써 부족했던 여러 지점을 반성하고, 국민께서 명령하신 통합과 쇄신의 길을 열어갈 수 있도록 단식의 과정 과정마다 끊임없이 성찰하고 방법들을 찾아내겠다”고 강조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