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협상,홍콩 문제에 발목잡히나…갈등 격화

입력 2019-11-20 15:48 수정 2019-11-20 15:49
경찰이 홍콩 이공대를 봉쇄하자 시위대가 육교 위에서 로프를 이용해 탈출하고 있다.AFP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이 무역협상 ‘1단계 합의’ 서명을 앞두고 기싸움을 벌이는 와중에 홍콩 민주화 시위가 변수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미 의회에서 ‘홍콩 인권 민주주의 법안’(홍콩 인권법)이 통과되자 중국 정부가 격한 반응을 보이면서 양측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미·중 양측이 무역협상에서 ‘농산물 구입’과 ‘관세 철회’를 놓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는 상황에서 홍콩 인권법이란 대형 악재가 불거진 것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중국과의 무역협상과 관련,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중국 제품에 대한 관세를 더욱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각료회의를 앞두고 “중국은 내가 좋아하는 합의를 해야 할 것”이라며 “그들이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그걸로 끝이다”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고 중국이 “움직이고 있다”면서도 “만약 우리가 중국과 합의하지 않는다면 나는 그저 관세를 더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중국을 압박해 좀더 유리한 조건에서 협상을 이끌어가려는 차원으로 해석되지만 미·중간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미국과 중국은 지난달 10∼11일 제13차 고위급 무역 협상에서 ‘1단계 합의’에 상당한 진전을 이뤘지만, 세부 내용을 놓고 협상이 교착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로이터는 “관세 인하 방법과 시기, 중국이 얼마나 많은 미국산 농산물을 사기로 약속할 것인지가 난제”라고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미·중이 지난 5월 결렬된 합의안을 바탕으로 1단계 무역합의에서 관세를 얼마나 철회할지를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측은 지난 5월 이후 부과된 모든 관세를 즉시 철폐하고 그 전에 부과된 관세는 점진적인 철폐를 요구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앞서 지난 7일 중국 상무부가 “양국이 관세 철회에 합의했다”고 발표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아무것도 합의하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했었다.
홍콩 이공대 주변 시위 현장.AP

그러나 양측 협상이 가뜩이나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최근 극한 무력충돌을 빚은 홍콩 민주화 시위가 쟁점으로 부각되면서 협상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이날 인디애나폴리스 지역 라디오 인터뷰에서 홍콩 시위 폭력 사태가 무역 합의를 매우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펜스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은 만약 폭력 사태가 있거나 이 문제가 적절하고 인도적으로 다뤄지지 않을 경우 중국과 합의가 매우 어려우리라는 것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중국 외교부는 미 상원에서 홍콩 인권법이 통과되자 이 법안을 중단하지 않으면 반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0일 성명을 내고 “미국 상원이 법안을 통과시켜 홍콩에 공공연히 개입하고 중국 내정에 간섭한 것에 대해 중국은 강력히 규탄하며 반대한다”고 밝혔다.

겅 대변인은 “제 불에 타 죽지 않도록 즉시 해당 법안의 입법을 막는 조치를 하고 내정 간섭을 중단하라”며 “만약 미국이 고집대로 한다면 중국은 주권과 안보, 발전이익을 지키기 위해 반드시 강력한 조치로 단호히 반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