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파니 그리샴 백악관 대변인이 증거도 없이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 직원들이 백악관을 떠나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실패할 것이라는 악담을 남겼다고 주장해 거짓말 논란에 휩싸였다.
그리샴 대변인은 19일(현지시간)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오바마 행정부 직원들이 백악관을 비우기 전 공보실 문 앞에 “당신들은 실패할 거야”라는 문구가 적힌 메모를 붙여놨다고 말했다. 그는 “해당 문구가 매우 커다란 글씨로 적혀 있었다”며 “슬프고 한심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보좌진이 백악관에 입성했을 때 모든 사무실 곳곳에 오바마 대통령의 책이 꽂혀있었고, “당신들은 무엇도 해낼 수 없을 것”이라는 악담이 적힌 메모도 발견됐다고 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임기를 시작하자마자 전임 행정부의 공개적 폄훼에 시달렸다는 취지였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 백악관에서 일했던 관료들은 즉각 반발했다. 수전 라이스 전 국가안보보좌관은 트위터를 통해 “또 다른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공격했고, 브랜디 호핀 전 대변인도 “지난 2017년 1월 19일 우리가 백악관을 떠나던 날 공보실에 남긴 메모들은 (트럼프 행정부를 향한) 격려의 메시지 뿐이었다”고 말했다. 연설문 담당 보좌관이었던 코디 키넌은 자신이 백악관에 아이폰 충전기를 놔두고 오긴 했다며 “하지만 그 누구도 상상력이 부족한 6학년 수준의 메모를 남기지는 않았다”고 비꼬았다.
워싱턴포스트(WP)는 “그리샴 대변인은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어떠한 증거를 제시하지 않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 입성한 지 34개월이 지났지만 백악관 관료 중 그 누구도 유사한 의혹을 제기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 부임 첫날 백악관에 있었던 전직 고위 관료 5명은 WP에 그리샴 대변인이 묘사한 메모의 존재를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다고 말했다.
거짓말 논란이 확산되자 그리샴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다들 왜 이리 예민하게 구는지 모르겠다”며 “당시 우리는 그 메모들을 매번 행정부가 교체될 때마다 발생하는 일종의 장난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WP는 이와 관련 “그리샴 대변인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훨씬 더 부정적인 어조로 전임 행정부를 비난하며 자신은 백악관을 떠날 때 ‘전적으로 행운을 빈다’는 쪽지를 남길 것이라고 말했다”고 지적했다. 그가 단순히 농담으로 재밌는 일화를 꺼낸 게 아니라, 다분히 정무적인 의도를 가지고 ‘오바마 행정부가 앙심을 품고 새 대통령을 흔들려 했다’는 주장을 퍼뜨리기 위해 거짓 이야기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리샴 대변인은 성명에서 자신의 최초 발언도 은근슬쩍 수정했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의 책들이 공보실 캐비넷 안에 있었고 문제의 메모도 그 안에 붙어있었다”고 말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