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동양대 교수가 “식자층이 무너졌다. 진보 지식인들은 직업윤리를 지키지 못했다”며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에서 진보 진영이 타격을 입은 이유를 분석했다. 그는 자신을 강도 높게 비판한 공지영 작가를 향해서는 “왜 그런 식으로 스스로 파멸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진 교수는 20일 보도된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조 전 장관 사태 관련, 진보 진영에 쓴소리를 서슴지 않았던 이유를 밝혔다.
그는 “내가 존경했던 사람들까지 이상해졌다. 진보 지식인들은 조국 사태에서 문제가 없다고 했고, 진영은 주력군을 몰아넣었다. 싸움을 부추기기만 했다”며 “적어도 자신이 아는 분야에서만큼은 진실을 말하는 것이 직업윤리인데, 조국 사태에서 많이들 지키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첫 단추를 잘못 끼웠으면 풀고 다시 꿰어야 하지만 진영 논리에 빠져 그러지 못했다. 논리 대 논리의 다툼으로 가지 못했다. 말이 안 통하니 남는 건 머릿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조국 사태로 진보 진영에 실망한 국민이 적지 않다’는 질문에는 “공정성 문제는 이념을 떠나 누구나 지켜야 할 규칙이자 윤리다. 진보 진영은 규칙을 지키지 못했기 때문에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며 “왜 그런 잘못된 판단이 내려졌는지, 잘못된 것이 드러났는데도 왜 번복이 안 됐는지 비판적으로 성찰해야 하는데, 그런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았다. 반성 메시지를 내는 메신저를 공격하다 보니 반성이 이뤄질 수 없는 구조가 됐다”고 분석했다.
진 교수는 조 전 장관 사태 때 ‘반성 메시지’를 냈다. 반면 공지영 작가는 진 교수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진 교수는 공 작가에 대해 “가슴 아프다. 그분의 발언은 나를 향하고 있지만, 내가 아니라 공지영에 대해 더 많이 알리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 왜 그런 식으로 스스로를 파멸하는지 모르겠다. 자신은 자신이 배려해야 한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진 교수는 정부에 뼈를 깎는 반성을 주문했다. 그는 “현 정권이 아무리 못해도 한국당의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 건 보수가 한국 사회의 비주류가 됐다는 의미다. 보수가 새로운 서사를 못 찾는 건 태극기부대에 발목이 잡혀 있기 때문”이라며 “현 정권도 무조건 옹호만 하는 ‘조국기부대’(조 전 장관 열성 지지자들을 태극기부대에 빗댄 조어)에 발목 잡혀 있다. 이들과 관계를 청산하지 않으면 중간층은 돌아설 수밖에 없고, 촛불 정권의 정당성도 불신받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뼈를 깎는 반성, 확실한 혁신, 촛불 정권에서 하고자 했던 일들을 타협하지 않고 밀고 나가면 좋겠다고 권유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진 교수는 “젊은 세대에 더 많은 기회를 줬으면 한다”며 이른바 ‘86세대 교체론’에도 힘을 실어줬다.
박준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