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위대와 언쟁을 벌이다 온몸에 화상을 입은 친중 성향 남성의 아내가 중국 관영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가슴이 찢어진다”고 심정을 밝혔다. 그의 인터뷰가 퍼지자 중국 본토에서는 홍콩 시위대를 향한 비난 여론이 더욱 거세졌다.
2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지난 11일(이하 현지시간) 홍콩 시위대와 언쟁을 벌이다 전신에 화상을 입은 이치청(57)씨의 아내(51)는 중국 관영 CCTV의 영어방송인 CGTN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씨의 아내는 남편의 화상에 “가슴이 너무 아팠다”고 말하며 울먹였다.
이씨는 지난 11일 홍콩 마안산 지역의 인도교 위에서 홍콩 시위대를 향해 “너희들은 중국인이 아니다”라고 외친 뒤 시위대와 언쟁이 붙었다. 이때 군중 사이에서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이 이씨에게 휘발유로 추정되는 액체를 뿌리고 라이터로 불을 붙이면서 이씨의 몸은 불길에 휩싸였다. 이 일로 그는 전신의 28%에 2도 화상을 입고 생사를 다투고 있다.
그의 아내는 “이런 일이 나한테 벌어질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며 “간호사가 남편이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고 말했다. 남편의 이런 모습을 보면 말을 할 수가 없다”고 비통해했다. 이씨 아내의 말에 따르면 이씨는 여전히 혼수상태에 빠져있으며 그의 손에는 피부를 이식했다고 한다. 그의 가슴과 배, 그리고 얼굴에는 수술 과정이 더 필요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씨 아내는 그의 남편이 이런 사고를 겪은 데 대한 억울함도 표현했다. 그는 “(남편은) 단 한 번도 집에서 정치적인 얘기를 해본 적이 없고 어떤 정치적 사건에도 참여한 적이 없다”며 “시위대는 가급적 빨리 그들의 폭력을 멈추고 더 이상 홍콩을 어지럽히지 말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도 그는 남편 이씨에게 빠른 쾌유를 바란다는 메시지를 보내주는 사람들에게는 감사의 마음을 표했다.
이씨 아내의 인터뷰는 중국 본토에서 홍콩 시위대를 향한 비난 여론을 더욱 들끓게 만들었다. 이 인터뷰는 지난 18일 중국인들의 소셜미디어를 타고 빠르게 퍼져나갔다. 여기에 ‘건설노동자이자 두 아이의 아빠’인 “삼촌 리”(uncle Lee·이씨를 부르는 별명)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중국 관영 매체를 통해 커지면서 그를 향한 동정이 중국 본토에 강하게 형성됐다.
이에 중국 네티즌들은 제각각 홍콩 시위대를 비난하는 의견을 내놓기 시작했다. 한 네티즌은 “일반 사람들도 (방화 영상을) 보기가 힘든데, 그게 우리 가족 중 한 명이라면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악행을 일삼는 폭도들은 하루빨리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 본토의 한 교수도 네티즌의 공격 대상이 됐다. 그가 지인과 나눈 대화 중 ‘이씨의 몸에 불이 붙는 장면이 조작된 듯하다’고 말한 내용이 유출된 것이다. 이에 그를 비난하는 댓글 중 하나는 “저 대학 교수 혹은 박사 연구원이 그 영상이 가짜라고 말했다고? 당신이 직접 해보고 조작해봐”라고 적어 1만개가 넘는 ‘좋아요’를 받기도 했다.
이처럼 홍콩 시위대를 향한 반발과 비난의 감정은 중국 본토에 급속도로 번지며 양극화된 중국의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홍콩 시위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시위대를 ‘폭도’나 ‘바퀴벌레’라고 부르며 비난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중국 관영 매체들도 격화된 국민들의 반응에 맞춰 비판의 강도를 높였다. 환구시보의 후시진 편집장은 시위대가 이씨에게 방화를 저지른 것을 비판하며 시위대를 테러집단 ‘이슬람국가(IS)’에 비유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