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가 18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신경전을 벌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내년 총선 최대 격전지라 할 수 있는 서울 지역 시당위원장 임명 건과 관련해 의견을 좁히지 못한 것이다. 시당위원장은 총선 기간 동안 각 지역의 선거 책임자 역할을 한다. 황 대표를 비롯한 사무총장단은 재선의 김선동 의원을 서울시당위원장 권한대행으로 임명하자고 했지만, 나 원내대표 쪽에서 제동을 걸었다. 결국 두달째 공석인 서울시당위원장은 이날도 임명되지 못했다. 소속 의원들이 당을 해체해야 한다며 위기감을 표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도부는 지역 총책조차 정하지 못하고 있었던 셈이다.
한국당 서울시당위원장은 전임 이은재 의원이 1년 임기를 채우고 물러난 이래 공석으로 있는 상태다. 이 의원의 임기는 지난 9월까지였다. 후임 서울시당위원장으로 정양석, 박인숙 등 두명의 현역 의원과 원외인 강동호 중랑을 당협위원장이 자원을 했지만 경선은 좀처럼 이뤄지지 않았다. 지역 정치권에선 지도부가 특정인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한 수도권 당협위원장은 “나 원내대표가 원내수석으로 호흡을 맞추고 있는 정 의원을 서울시당위원장으로 밀고 있다는 말이 있었다”고 전했다. 시당위원장은 지역 선거 실무를 총괄해 선거를 앞두고 선호도가 높다.
공석 상태가 길어지면서 당헌·당규에따라 서울시당은 사고 시당으로 지정됐다. 총선을 앞두고 수도권 지역 선거책임자가 빈자리로 남아있는 것에 부담을 느낀 사무총장단은 경쟁 선상에 없었던 김선동 의원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사고 시당위원장은 최고위 의결만으로도 임명이 가능하다.
지도부는 비공개 최고위에서 이 같은 내용을 논의하기로 했지만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다. 자리를 희망하는 사람들 간에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고, 김 의원이 이미 한차례 서울시당 위원장을 지낸 이력이 있다는 점을 들며 나 원내대표와 일부 인사들이 반대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지도부는 숙고할 수 있는 시간을 갖기로 했고, 오는 21일 최고위에서 같은 안건을 재논의하기로 했다. 다만 당대표와 원내대표 간 갈등이 있었던 것처럼 비춰지는 데 대해 한 최고위원은 논쟁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한 한국당 의원은 “전날 당을 해체하자는 소리가 나왔는데 기도 안 찬다”며 “당이 이대로 간다면 내년 총선 결과는 불보듯 뻔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우삼 기자 s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