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위대의 ‘최후 보루’가 된 홍콩 이공대학을 경찰이 장시간 전면 봉쇄로 ‘고사 작전’을 펼치면서 부상과 저체온증 등에 시달리는 학생들의 탈출이 잇따르고 있다. 부상을 입어 치료가 급한 학생들은 자수 형식으로 걸어나왔고, 육교 아래로 줄을 타고 탈출하기도 했다. 학교내에는 100여명의 학생들이 저항을 하고 있지만 시위 동력을 잃어가고 있다.
19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명보에 따르면 이공대에 머무르고 있는 학생들은 경찰의 고사작전이 장기화되면서 상당수가 추위와 배고픔, 부상, 저체온증 등에 시달리고 있다. 이들은 쌓인 피로와 절망감 등으로 시위 동력을 상실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경찰이 학교의 모든 출구를 막고 ‘백기 투항’을 요구하면서 사실상 교내에 갖힌 학생들은 학교에서 나오기 위해 ‘자수’를 하거나 ‘탈출’을 시도했다. 이미 18일 밤부터 이날 오전 사이에 수백명이 체포되거나 자수, 또는 탈출을 했고, 나머지 남아있는 학생들의 이탈도 이어지고 있다.
오전 10시쯤에는 정치권과 교육계 인사들이 경찰과 협상을 한 끝에 저체온증을 겪고 있거나 다리 등에 부상을 입은 학생 50여명을 학교밖으로 데리고 나왔다. 이들은 교문 밖에서 응급 치료를 받은 뒤 병원으로 이송됐다. 또 다른 50여명은 교내에서 치료를 받으면서 병원으로 이송할 응급차를 기다렸다.
전날 밤과 이날 새벽까지 이공대를 빠져나가려는 학생들의 시도가 이어져 400명 이상 검거되고 일부는 탈출에 성공했다. 시위대는 수십명 혹은 수백명씩 무리 지어 수 차례 탈출을 시도했지만 최루탄을 마구 쏘며 막는 경찰에 대부분 저지됐다.
전날 밤 11시쯤에는 시위대 수십명이 이공대 옆 육교에서 밧줄을 타고 내려가 대기하고 있던 오토바이를 타거나 뛰어서 고속도로를 통해 달아났다. 전날 부상자 70여명도 자수 형식으로 학교를 빠져나왔다.
특히 학교내에는 17일밤까지 어린 중·고등학생들도 150명 가량 남아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종교계와 교육계 인사들이 나서 경찰과 협상을 벌였다. 경찰은 18세 이하의 학생은 학교장이 데리고 나오면 신분확인을 하고 풀어주기로 해 수십명이 빠져나갔다. 하지만 일부는 학교에 계속 남아 있다고 홍콩 매체들이 전했다.
시위대는 경찰의 진입에 격렬하게 저항하고 있지만 봉쇄 작전이 이어지면서 음식, 생수 등이 점차 바닥나고 부상과 공포감, 시위대 내부의 이견 등으로 동력이 크게 약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이날 기자들에게 “경찰이 지난 17일 이공대 캠퍼스를 포위한 이후 18세 미만 200명을 포함해 약 600명의 시위자가 현재까지 캠퍼스를 떠났다”고 말했다. 그는 학교 내에 남아있는 시위대 규모를 100명으로 밝혔다.
람 장관은 “우리는 모든 수단을 사용해 캠퍼스에 남아 있는 시위자들이 최대한 빨리 밖으로 나오도록 설득할 것”이라며 “이번 작전이 평화적으로 마무리돼야 홍콩의 폭력을 막기 위한 경찰의 후속 작업 기반이 마련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공대 주변에는 교내에 남아있는 시위대의 부모들이 애를 태우며 자녀들이 학교에서 빠져나오기를 하염없이 기다렸다.
한 고등학생 시위대의 어머니는 “내 아들은 겨우 17살인데 이공대 안에서 시위하다 다쳤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아들이 죽는 것보다는 경찰에 체포되는 것이 훨씬 나을 것”이라며 애를 태웠다. 18세 아들이 교내에 있다는 존(58)은 “일요일부터 여기에 와서 기다리고 있다”며 “경찰이 협상의 여지를 주지않아 시위대가 싸울 수 밖에 없도록 만들고 있다”고 반발했다.
한편 강경파인 크리스 탕 홍콩 경무처 차장이 경찰 총수인 처장으로 공식 임용되면서 홍콩 시위대 진압이 한층 강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탕 처장은 기자회견에서 “지난 5개월간 홍콩은 불법의 무리가 홍콩의 법치를 공격하고 도처에 불을 지르고 시민과 심지어 경찰까지 공격했다”며 “(시위대의 행위는) 테러리즘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그는 경찰 총수로서 직분을 다해 폭력을 저지하고 사회 질서를 조속히 회복하겠다고 밝혔다.
홍콩 교육 당국은 교통 상황이 점차 개선됨에 따라 20일 초등학교, 중학교 및 일부 특수학교의 수업을 재개한다고 밝혔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