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글 쓰고 타인 ‘아바타’와 만났다…소셜서비스 향하는 VR

입력 2019-11-19 16:26
SK텔레콤 홍보 모델들이 VR기기 ‘오큘러스 고’를 착용하고 ‘버추얼 소셜 월드’ 서비스를 체험하고 있다. SK텔레콤 제공

VR 고글을 썼더니 화려한 불빛의 클럽이 눈앞에 펼쳐졌다. 스테이지에서 춤을 추고 있는 캐릭터에 다가가 대화를 시도했다. 마이크와 헤드셋을 통해 전해진 상대방의 목소리에는 약간의 기계음이 묻어났지만 가상 공간에서의 첫 소통 경험은 그 자체로 충분히 흥미로웠다. 10분 남짓의 짧은 체험 시간이었지만 VR 특유의 어지럼증도 느껴지지 않았다.

혼자 놀기 위한 수단이었던 VR 콘텐츠가 ‘소셜서비스’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기기를 착용하면 가상 공간의 클럽이나 카페에 가서 다른 사용자들과 대화를 나누는 등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진다.

SK텔레콤은 19일 서울 중구 SK T타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5G VR 서비스인 ‘버추얼 소셜 월드’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버추얼 소셜 월드는 가상 인물(아바타), 가상 공간, 활동이 결합된 서비스다. 다수의 VR이용자들이 시공간을 초월한 가상 세계에서 커뮤니티 및 교류 활동을 통해 관계를 형성해나갈 수 있다. SK텔레콤이 이날 출시한 ‘오큘러스Go’등 VR기기를 가지고 있다면 ‘점프 VR’ 앱을 통해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다른 이용자와는 7개 테마의 가상 공간에서 만날 수 있다. 테마룸에 모여 음성·문자 채팅으로 관심사를 나누거나 친구를 맺고 미니 게임을 함께하는 활동도 가능하다. ‘클럽룸’에서는 다른 이용자들과 음악과 춤을 즐길 수 있고 ‘카페룸’에서는 소개팅을 할 수도 있다. 공연장에서는 팬미팅, 사무실에서는 원격 회의를 진행할 수 있다. 가상 공간에서 분신 역할을 하는 아바타의 머리 스타일, 눈코입, 복장 등을 꾸미고, 개인 공간인 ‘마이룸’에서 영화를 보거나 동물을 키울 수도 있다.

버추얼 소셜 월드의 궁극적인 목적은 현실의 모든 활동을 가상 세계로 확장하는 데 있다는 것이 SK텔레콤의 설명이다. 개방형 생태계 구축을 위해 카카오, 넥슨 등과 협력해 아바타의 활동과 가상 공간, 서비스를 무한히 확장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또 해외 이용자들도 이용이 가능하도록 내년 상반기에 다국어 지원을 업데이트하고, 클라우드 서버를 확대할 계획이다. 향후 스마트폰이나 AR글래스 등 어떤 IT 기기로도 가상 세계에 접속이 가능하도록 ‘크로스 플랫폼’ 구축에도 나선다.

SK텔레콤 전진수 5GX서비스사업단장이 ‘버추얼 소셜 월드’를 소개하고 있다. SK텔레콤 제공

일각에서는 VR 기기가 무겁고 가격이 비싸 대중화가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구글 역시 VR 프로젝트 철수를 결정했다. SK텔레콤은 이같은 VR 회의론에 대해 정면 반박한다. 5GX서비스사업단장 전진수 상무는 “통신사업자로서 커뮤니케이션 진화에 VR 서비스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며 “VR이 넥스트 산업으로 성장할 때까지 서비스를 지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은 VR기기가 전세계에 올해만 약 800만대 이상, 오는 2023년까지 1억대가 보급될 것으로 보고 있다. SK텔레콤은 자사 VR서비스 이용자를 올해 월 10만명에서 내년 월 100만명 규모로 10배 이상 성장시킨다는 목표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