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위대와 경찰의 무력 충돌이 극한으로 치닫는 가운데 중국 본토에서 시위대와 홍콩 사법부에 대한 강경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중국 정부는 홍콩 법원의 ‘복면금지법 위헌’ 결정에 대해 “통치권 도전행위”라고 비난했고,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폭동 진압을 더 늦출수 없다”며 연일 강경 진압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19일 중국중앙방송(CCTV)에 따르면 전인대 상무위원회 법제공작위원회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홍콩 고등법원의 결정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며 “홍콩 특구 법률이 홍콩 기본법에 부합하는지는 전인대 상무위의 판단과 결정에 달렸고 다른 어떤 유관기관도 이를 판단할 권리가 없다”며 고 밝혔다.
그는 1997년 제8차 전인대 상무위 회의에서 복면금지법 시행의 근거가 된 ‘긴급정황규례조례’를 통과 시켜 홍콩 기본법에 부합한다며 “복면금지법 위헌 결정은 홍콩 기본법과 전인대 상무위의 유관 결정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대변인은 “홍콩 고등법원의 이번 판결은 홍콩 정부와 행정장관의 법에 따른 통치권을 크게 약화시켰다”며 “우리는 일부 전인대 대표가 제기한 관련 의견과 제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홍콩 법원의 결정을 무효화할 수 있음을 경고했다.
중국 국무원 홍콩·마카오 사무판공실 양광(楊光) 대변인도 홍콩 긴급법이 1997년 전인대의 결정을 거쳤다는 점을 거론하며 “홍콩 고등법원의 판단은 전인대 상무위의 권위와 법률, 행정장관의 통치권에 정면 도전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관영 글로벌 타임스는 논평에서 “복면금지법 위헌 판결은 급진적인 시위대를 더 고무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면서 “홍콩 고등법원의 판결은 이미 엄청난 부작용을 일으켰다“고 비판했다.
탕페이 중국홍콩마카오연구회 위원은 “이번 판결은 홍콩의 법조계와 경찰에게 큰 충격을 안겨줬다”면서 “법원의 결정은 폭력행위와 시위를 진정시키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인민일보는 나흘 연속 1면 논평을 통해 “홍콩 문제와 관련해 외부 세력의 간섭을 용납할 수 없다”며 시위대에 대한 강경 대응을 주문했다.
신문은 “홍콩은 중국의 홍콩이고 홍콩 사무는 중국 내정에 속한다”며 “일부 서방 정치인과 매체들은 사실을 외면한 채 맹목적으로 폭력 세력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홍콩의 일부 급진 폭력 세력은 공공질서와 시설을 파괴하고, 홍콩 경찰을 공격하는 등 법치와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 의 마지노선에 도전하고 있다”며 “폭력 범죄는 홍콩 사회를 해치는 독이자 전 인류의 공공의 적”이라고 비난했다.
인민일보 해외판도 1면 논평을 통해 홍콩 정세가 이미 극도로 위험 상태에 이르렀다며 “폭동 진압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18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홍콩에서 정치적 불안정과 폭력이 심화하는 것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며 ”홍콩 정부는 홍콩을 진정시킬 일차적 책임을 지고 있다. 불안과 폭력은 법집행 노력만으로 해결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또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을 향해 시위 관련 사건에 대해 독립적 조사를 개시하라고 요구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홍콩 정부가 대중의 우려에 대처하기 위해 분명한 조처를 해야하고, 중국 정부도 자유의 측면에서 홍콩 시민에 대한 약속을 존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전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