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서 시위대와 경찰간 무력 충돌이 격화하는 가운데 중국 공안당국이 홍콩과 인접한 광저우에서 대규모 테러 진압훈련을 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는 홍콩에 주둔하는 중국 인민해방군 특전부대가 거리 청소를 명목으로 ‘위력 시위’를 한데 이어 홍콩 시위대를 향한 경고로 풀이된다.
또 해외 순방길에 홍콩의 질서 회복을 강조했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귀국함에 따라 어떤 강경책이 나올지 주목된다.
18일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광저우 공안국은 전날 1000여 명이 참가한 대규모 대 테러 훈련을 실시했다. 훈련에는 대 테러 특수대응팀을 비롯해 중국석유화공그룹(시노펙), 남방전력망공사 등 11개 단체가 참가했다.
참가자들은 5개의 테러 상황에 맞춰 훈련을 진행했다. 광저우 공안국이 공개한 사진에는 테러범 진압, 로봇을 이용한 폭발물 처리, 화재 및 유해 화학물질 대응 등 훈련 상황이 담겨 있다.
이번 훈련은 홍콩과 가장 인접한 광저우에서 이뤄진데다 훈련 내용도 소요 진압, 위험물질 제거, 화재 대응 등 홍콩 시위와 연관되는 요소를 담아 홍콩에 메시지를 던졌다. 공안 당국은 첨단기술이 수반되는 테러 대처 능력과 인질 구출 및 위험물 차량 구조 작전, 사이버·드론 공격 대응력 제고 등 새로운 훈련이 실시됐다고 전했다.
셰 샤오단 광저우 대 테러 단장은 “안전한 환경 속에서 위험성을 인식하고 대 테러와 비상대응 분야에서 첨단 기술을 도입하고 실전 훈련을 개선함으로써 대 테러 능력을 확보해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도시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관영매체들이 홍콩 시위에 본토의 무력 개입 가능성을 언급하는 와중에 훈련을 실시한 것은 홍콩에 대한 경고로 풀이된다.
앞서 홍콩 주둔 인민해방군 병력 수십명이 지난 16일 카오룽퉁 지역의 주둔지에서 나와 시위대가 도로에 던져놓은 벽돌 등 장애물을 치우는 작업을 했다. 이는 단순한 청소 작업이지만 투입된 병력에 중국 내 최강 대테러 특수부대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본토의 무력 개입이 임박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18일에도 사흘 연속 1면 논평을 통해 홍콩 시위대를 강력히 비판했다.
인민일보는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 마지노선에 대한 도전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는 제목이 논평에서 “홍콩의 번영은 중국몽(中國夢)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부분이자 중국 특색 사회주의 제도를 개선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중요한 요소”라고 주장했다.
신문은 “오늘 우리 눈앞에는 일국양제 수호와 일국양제 파괴의 투쟁이 벌어지고 있다”며 “중국은 국가 주권과 홍콩 특별행정구 기본법의 권위에 도전하는 행위를 절대로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시진핑 국가주석은 그리스 국빈 방문과 브라질의 브릭스(BRICS·신흥 경제 5개국) 정상회의를 마치고 전날 베이징으로 돌아왔다. 시 주석은 이례적으로 해외 순방 중에 홍콩 문제를 언급했었다.
시 주석은 지난 14일 브라질에서 “폭력을 중단시키고 혼란을 제압해 질서를 회복하는 것이 홍콩의 가장 긴박한 임무”라며 홍콩 시위에 대한 강력한 대응을 주문했다.
시 주석의 발언 이후 중국 관영매체들은 연일 홍콩 시위애 대한 강경대응 분위기 조성에 나서고 있어 홍콩 정부가 더욱 거칠게 시위진압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