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의 성공, 절반의 고민으로 끝난 프리미어12

입력 2019-11-18 14:50 수정 2019-11-18 15:03
사진=연합뉴스

2019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가 준우승 및 2020 도쿄올림픽 본선 진출권 획득과 일본, 대만전 전패라는 양면적인 결과를 남기고 17일 마무리됐다. 한국야구는 위압적인 거포와 차세대 에이스 발굴, 기본기 강화라는 고민거리를 안고 내년 도쿄올림픽을 기다리게 됐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각 구단 40인 명단 이내 선수들의 출전을 불허해 빅리거들이 빠진 이번 대회 김경문호는 가능한 선에서 최정예 팀을 구성했다.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좌완 선발 양현종과 김광현을 원투펀치로 내세웠고 신구가 조화된 타선을 구축했다. 하지만 한국은 일본과 대만에게 모두 패했다. 특히 대만에게는 0대 7로 충격적인 완봉패를 당했다. 단기간 변화가 없으면 일본과 대만이 다시 칼을 갈고 나설 도쿄올림픽에서 금메달 획득은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무게감 있는 중심타자의 부재가 이번 대회에서 가장 뼈아팠다. 상대적으로 일본에 비해 전력이 떨어지는 한국이 2006년 WBC와 2008년 베이징올림픽, 2015년 프리미어12 등 역대 국제대회 한일전에서 대역전극을 펼칠 수 있었던 것은 경기 막판 이승엽, 이대호 등 국가를 대표하는 거포로부터 중요한 역전타 한방이 나왔던 덕이다. 그러나 이번 대회 부동의 4번을 맡았던 박병호는 홈런 없이 타율 0.179에 2타점으로 부진했다. 주로 3번과 5번으로 나선 김재환도 타율 0.160으로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결국 한국은 일본전 두 경기 모두 두 점차로 아깝게 무릎을 꿇었다.

또한 기본적인 플레이 미숙이 팀의 발목을 잡았다. 16일 열린 일본과의 슈퍼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는 한국이 6-7로 추격한 5회초 1사 만루 상황에서 3루 주자 이정후가 타구판단 실수로 홈에서 아웃됐다. 일본과 다시 맞붙은 17일 결승전에서는 3-4로 뒤진 3회초 1루 주자 김하성이 김재환의 좌익수 플라이 때 무리하게 2루로 뛰다가 아웃됐다. 두 상황 모두 한 점차로 주루 실수가 없었다면 경기의 향방이 크게 뒤바뀔 수 있었다. 수비도 재일교포 야구평론가 장훈이 “이렇게 수비가 서툰 한국은 처음”이라고 혹평할 정도로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언제까지나 두 좌완 에이스들에게 의존할 수는 없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양현종과 김광현은 국제대회에서 장기간 활약해 타팀으로부터 집중 분석이 완료된 상태다. 김광현이 컨디션 난조로 대회 대만전에서 부진했고 양현종까지 결승전 3이닝 4실점으로 무너지며 한국 마운드는 불안을 노출했다. 반면 한국은 대만의 신성 선발 장이(25)에게 6⅔이닝 무득점으로 맥없이 물러났다. 이번 대회 5경기에서 8⅓이닝 1실점으로 쾌투한 이영하(22), 대회 직전 부상으로 낙마한 구창모(22) 등 젊은 선발자원들의 성장이 절실하다.

20대 초중반 젊은 선수들이 국제대회에서 경쟁력을 보였다는 점은 이번 대회 소중한 수확이다. 이번 대회 대표팀 상위타선을 맡았던 이정후(21)와 김하성(24)은 각각 타율 0.385(26타수 10안타)에 4타점, 0.333(27타수 9안타) 1홈런 6타점으로 맹타를 휘두르며 대회 베스트11에 선정됐다. 처음으로 성인대표팀에 선발된 강백호(20) 또한 적은 출전기회 속에서도 날카로운 타구를 생산해 내며 다음 국제대회를 기대케 했다. 계투진에서는 조상우(25)가 4경기 등판 5⅔이닝 1실점으로 오승환의 뒤를 잇는 신임 국가대표 마무리로서 제몫을 해냈다. 일본 중계진도 조상우에 대해 ‘158㎞를 던지는 강속구 투수’라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