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원전 오염수 처분 시나리오 “삼중수소 최대 106조 베크렐”

입력 2019-11-18 10:41 수정 2019-11-18 17:37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4월 일본 후쿠시마현 오쿠마의 후쿠시마 제1원전을 방문해 둘러보고 있다. 2013년 9월 이후 약 5년 반 만에 원전을 방문한 아베 총리는 폐로 작업의 진척 상황 등을 점검하며 "국가가 폐로와 오염수 대책의 전면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AP뉴시스

일본 도쿄전력이 18일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해양방출 등으로 처분할 경우 연간 처분량 추정치를 처음 발표했다고 아사히신문이 보도했다. 정화과정을 거친 ‘처리수’에 포함된 방사성 물질 삼중수소(트리튬)는 연간 최대 106조㏃(베크렐·방사성물질의 세기를 나타내는 단위) 방류될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 측은 오염수를 희석해 방류하면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지만, 주변의 우려도 적지 않다.

아사히는 이날 “도쿄전력이 후쿠시마 제1원전 탱크에 보관 중인 처리된 오염수를 처분하는 경우 개시일과 종료 시기에 따라 총 8가지 경우를 상정했다”며 “처분량은 약 27조~106조㏃이 된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번 계획의 목적은 오염수를 계속 보관했을 경우 영향을 구체화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덧붙였다.

보도에 따르면 탱크 오염수에 포함된 삼중수소의 총량은 2020년 1월 기준 860조㏃로 보고, 이를 해양방류 등으로 처리하는 개시일은 2020년, 2025년, 2030년, 2035년 초 4가지 경우로 상정했다. 종료일자는 ‘30~40년 내 폐로 완료’를 목표로 하는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의 공정표를 토대로 ‘2041년말’과 ‘2051년말’ 2가지만 상정했다. 시간에 따른 자연감소량을 감안해도 시작이 늦어질수록 평균 연간 처분량은 많아졌다고 덧붙였다.

일본 측은 한국에서 ‘원전 오염수’라고 부르는 물을 오염물질을 제거한 ‘처리수’라고 부르며 방류해도 문제가 없다고 주장해왔다. 처리수는 원자로 내에서 녹은 연료에 닿은 방사능 오염수를 알프스(ALPS·다핵종제거설비)로 정화한 물이다.

경제산업성에 따르면 일본 원전은 통상 원전 1기당 연간 수천억~백조㏃의 삼중수소를 포함한 액체 방사성 폐기물을 바다에 배출하고 있다. 이번 추정치 내에서도 후쿠시마 제1 원자력발전소 내의 삼중수소를 해양이나 대기로 방출해도 피폭에 의한 건강상의 문제는 없다 주장이다.

문제는 오염수에 들어있는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를 완전히 걸러내는 기술은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는 일본도 인정한다. 일본은 자연에 배출할 수 있는 삼중수소의 양을 리터 당 6만㏃ 이하를 기준으로 하고 있는데, 후쿠시마 오염수는 최근에도 측정 장소·시기에 따라 리터 당 100만㏃이 넘어선 곳도 있다. 이 때문에 일본 측은 삼중수소가 섞여 있는 오염수에 다량의 물을 넣어 희석해 배출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삼중수소 제거 기술이 없는 상황에서 급하게 희석시켜 방류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크다. 유럽방사성리스크위원회(ECRR)는 저농도 삼중수소여도 체내에 들어갈 경우 DNA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도쿄전력 보고서에 따르면 오염수 일부에서 삼중수소가 아닌 세슘-137, 플루토늄 등이 검출된 적도 있어 주변의 우려를 사고 있다.

일본 측이 오염수 해양 방류를 시도하는 것은 조만간 오염수를 보관해온 저장탱크 보관 부지가 한계에 다다르는 상황에서 해양방류가 가장 값싼 방법이기 때문이다. 후쿠시마 원전에는 지금도 매일 170톤의 오염수가 새로 쌓이고 있다. 원전 사고 당시, 원자로 내 핵연료가 녹으면서 건물에 생긴 균열을 통해 지하수가 들어오기 때문이다.

도쿄전력은 2022년 여름쯤 방사성 물질을 보관해온 저장탱크 보관 부지가 바닥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면서 오염수 처분 개시가 늦어질 경우 계획 상한을 넘어 탱크를 증설해야 하고, 폐로 작업에 필요한 다른 시설을 건설하는 일이 늦어지는 등 타격을 받는다고 주장한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