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한·미 연합공중훈련 연기에도 “美와 마주앉을 의욕 없다”…왜?

입력 2019-11-17 18:38 수정 2019-11-17 18:39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원산갈마비행장에서 열린 '조선인민군 항공 및 반항공군 비행지휘성원들의 전투비행술경기대회-2019'를 참관했다고 조선중앙TV가 지난 16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이 17일 북·미 대화가 재개된다 해도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 의제가 대화 테이블에 오르지 않고는 핵문제 논의도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더이상 미국과 마주 앉을 의욕이 없다”는 엄포도 놨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 명의의 이날 담화는 한·미 국방장관이 “이번 달 계획된 연합공중훈련을 연기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한 직후 나왔다. 이번에는 지난 14일 열린 제74차 유엔총회 제3위원회에서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한 점을 문제 삼았다.

비핵화 협상 재개 조건으로 내걸었던 대북제재 해제와 체제 보장 요구에서 더 나아가 인권 문제 불간섭 요구까지 얹어 가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외무성 대변인은 담화에서 “앞으로 조·미(북·미) 대화가 열린다 해도 우리와의 관계개선을 위해 미국이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는 문제가 대화 의제에 오른다면 몰라도 그전에 핵문제가 논의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인권문제 제기를 ‘체제 전복’을 위한 시도이자, 대북 적대정책의 핵심으로 간주해 왔다.

대변인은 “사실 며칠 전까지만 하여도 미국이 남조선과의 합동군사연습을 조정하려는 의사를 내비친 데 대하여 우리 딴에는 대화상대인 우리에 대한 고려로부터 긴장 상태를 완화하고 대화에 기회를 주려는 긍정적인 시도의 일환으로 보기 위해 애써 노력하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에 반공화국 ‘인권결의’가 강압채택된 것을 보면서 우리는 미국이 우리 제도를 무너뜨리려는 허황한 꿈을 여전히 버리지 않고 있다는 것을 다시금 명백히 확인하게 되었다”며 “우리는 이런 상대와 더이상 마주 앉을 의욕이 없다. 신성한 우리 공화국을 국제형사재판소 따위와 연결시키고 있는 미국과 마주 앉을 필요는 더더욱 없다”고 주장했다.

또 “조·미 관계가 절묘한 모퉁이에 놓인 지금과 같은 예민한 시점에 미국이 우리를 또다시 자극하는 정치적 도발을 걸어온 데 대하여 우리는 각성을 가지고 대하고 있다”는 경고도 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 장관이 17일 태국 방콕에서 이달 예정된 연합공중훈련 연기 결정 관련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 장관은 이날 태국 방콕 아바니 리버사이드호텔에서 회동한 뒤 이달 중 예정된 한·미 연합공중훈련 연기를 발표했다.

에스퍼 장관은 이를 “외교적 노력과 평화를 촉진하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선의의 조치”라고 하면서 “북한 역시 이에 상응하는 성의를 보여주기 바란다. 조건이나 주저함 없이 협상 테이블로 다시 돌아오라”고 촉구했다.

그런데 북한은 유엔의 인권결의안 채택을 빌미로 강한 불만 표시와 함께 비핵화 협상을 위한 추가 요구서를 내미는 것으로 응답한 셈이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