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10시 열릴 예정인 한국 대 레바논의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4차전 경기가 무관중으로 치러질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대한축구협회는 이날 오후 레바논 축구협회 관계자들과 논의를 통해 이번 경기를 무관중으로 치를지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기가 열리는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는 격렬한 반정부 시위가 한 달째 계속되고 있다. 경기장인 베이루트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이 위치한 시가지에서도 방화나 총격 사건이 일어나고 있어 선수와 관중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이다.
레바논의 반정부 시위는 지난달 17일 시작됐다. 메신저 애플리케이션 ‘와츠앱’ 이용에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정부 정책에 불만을 품은 국민들이 거리로 뛰쳐나왔다. 여기에 경제불황, 빈부격차, 부패 등에 대한 불만이 더해지면서 시위가 전국으로 확산됐다.
앞서 대한축구협회는 레바논 정국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해 지난 1일 아시아축구연맹(AFC)에 이번 경기를 제3국에서 개최해달라고 요청했다. 당시 AFC는 레바논협회, 국제축구연맹(FIFA) 등과 1주일 간의 협의를 거쳐 안전 보장을 전제로 그대로 레바논에서 경기를 치른다고 결정했다.
그러나 현재 상황은 1주일 전과 또 달라졌다. 지난 13일 군대의 총격으로 첫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시위가 격화됐다. 급기야 레바논협회가 AFC에 무관중 경기를 제안하기에 이르렀다. 관중이 경기 후 그대로 시위대로 돌변한 가능성을 염두에 둔 제안이다.
양국 협회 관계자들의 논의에서 무관중 경기가 확정되면 한국은 북한 평양전에 이어 연속으로 텅빈 관중석을 두고 경기를 하게 된다. 지난달 15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2차 예선 4차전 북한과의 경기는 북한 당국의 비협조 속에 무관중, 무중계로 진행됐다.
박실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