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가 아이들의 건강에 평생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의학계 진단이 나왔다. 훨씬 더운 환경에서 자라나면서 식량부족이나 전염병, 홍수와 극심한 폭염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13일(현지시간) 영국 의학 전문지 랜싯(The Lancet)이 2019년판 보고서 ‘건강과 기후변화에 대한 랜싯 카운트다운’에서 “극단적인 날씨가 증가하고 대기오염이 악화하는 등 기후변화는 이미 사람들의 건강을 해치고 있다”며 “만약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전세대가 평생 동안 질병을 달고 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미래세대인 아이들에게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보고서 주도한 닉 와츠 박사는 “특히 아이들이 기후변화로 인한 건강 위험에 취약하다”며 “성장 중인 아이들의 신체와 면역체계는 질병과 환경오염에 훨씬 더 취약하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어린 시절의 건강 손상은 “지속적이고 만연하게” 평생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구체적으로는 지구온난화로 수온이 상승할 경우 뎅기열, 콜레라 등 전염병도 증가해 면역체계가 약한 아이들에게는 더 위험하다. 또 아이들은 성인보다 심장이 더 빨리 뛰기 때문에 호흡 속도도 높아 신체 대비 오염물질 흡수율이 더 높다는 지적이다.
이번 연구는 세계보건기구(WHO), 세계은행(WB),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연구팀, 중국 칭화대 연구팀 등 전 세계 35개 기관에서 기후학자, 공중보건의학자, 공학자, 경제학자 등 전문가 120여명이 참가했다. 연구진은 인간이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대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 2100년까지 세계 기온이 섭씨 2℃ 아래로 오를 경우와 그렇지 않을 경우 인간의 건강상태를 비교한 결과를 통해 이같이 결론 냈다.
닉 박사는 브리핑에서 “온실가스 배출 감소를 위해 모든 국가가 즉각 나서지 않으면 삶의 질이나 기대수명은 악화될 것”이라며 “기후변화는 전 세대의 건강을 규정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연구진들은 세계 각국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 지구온난화를 막으면 위험을 예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기후변화에 따른 가장 즉각적이고 오래 지속되는 건강 위협은 대기오염이라고 지적하며 관련 대책을 촉구했다. 청정 연료 및 운송수단을 도입해 실내외 오염을 줄이기 위한 긴급조치, 보행 및 자전거 등을 적극적으로 장려하는 교통 정책 등을 주문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