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착] “돋보기 챙기세요” 수능 D-1 설레는 할머니 만학도들

입력 2019-11-13 17:07
서울 마포구 일성여중고등학교에서 한 만학도가 두손을 모은 채 수능 유의사항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수능 예비소집일인 13일 서울 마포구 염리동에 위치한 일성여중고의 만학도 137명도 여느 학생들과 다름없이 예비소집 교육을 받았다.

일성여중고는 2년제 학력인정 평생학교다. 학교를 그만둔 10대에서 개인적으로 사정으로 공부를 마치지 못한 80대 만학도까지 이곳에서 중고등과정을 함께 공부한다.


이번 시험 최고령 응시자인 오규월 할머니(77) 역시 예비소집 교육에 참석했다. 이 학교에서 올해 수능에 응시한 수험생 중 가장 나이가 적은 학생은 49세이다. 연합뉴스

이날 교사로부터 수험표를 받은 이들은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환하게 웃었다. 서로 자랑스럽게 수험표를 내보이며 응원의 말을 건넸다. 또 수능 유의사항을 들을 때는 혹여나 놓친 것이 없을까 귀를 쫑긋 세웠다. 유의사항이 쓰인 스크린을 촬영하거나 영어 공부 내용이 적힌 공책에 받아적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교사는 “돋보기는 각자 챙겨가야 한다”거나 “옷은 바스락거리지 않으면서 편안한 것으로 입는 것이 좋다”는 등 고령 수험생들이 주의할 점을 세세하게 설명했다.


일성여중고등학교 다른 학생들도 예비소집 교육을 받고 시험장 을 찾아 교실 위치를 확인했다. 뉴시스

시험이 치러질 학교도 찾았다. 반 배치도 앞에서 손가락으로 자신의 고사장을 가리키며 꼼꼼히 확인했다. 시험 당일 당황하지 않도록 휴대전화 카메라로 반 배치도를 촬영하는 등 만반의 태세를 갖췄다.

일성여고 만학도들은 시험장 위치를 확인한 후 수험표들 들어보이며 기념 촬영을 하기도 했다. 뉴시스

전통조리학과를 목표로 지난해부터 수능을 준비해왔다는 전가은(53)씨는 “시험을 앞두니 너무 떨린다”면서도 “한국사만큼은 잘 볼 수 있다”고 포부를 밝혔다. 전씨는 “가족들이 자랑스럽다며 그야말로 ‘팍팍’ 밀어줬다. 내일은 소화가 잘되도록 계란말이랑 멸치볶음을 도시락으로 싸갈 것”이라며 활짝 웃었다.

한편 올해 수능은 지난해보다 4만여명 감소한 54만8000여 명의 응시생이 시험을 치른다.

박실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