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인식 ‘의식주’서→‘식주금’…‘의류’ 빠진 이유는?

입력 2019-11-13 15:57
한국소비자원 제공

소비자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3대 소비 분야가 ‘의·식·주’에서 ‘식·주·금(금융)’으로 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SPA부터 프리미엄 브랜드까지 의류 선택의 폭이 넓어지면서 의류 소비에 대한 중요성이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들은 의식주 모두 과거보다 덜 중요하게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 7월부터 한 달간 20세 이상 남녀 8000명을 대상으로 면접 설문 조사해 13일 발표한 ‘2019 한국의 소비생활 지표’ 자료에 따르면 ‘식품·외식(21.4%)’이 소비생활에서 중요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가장 높았다. ‘주거·가구(12%)’와 ‘금융·보험'(11.4%)’이 차례대로 뒤를 이었다. 소비자원은 26개 상품군을 기준 품목으로 제시하고 이 중 구매 중요성을 묻는 방식으로 순위를 매겼다.

주목할 만한 것은 소비생활 11개 분야 3순위에서 의류가 밀려나고 ‘금융·보험’이 새로 진입한 것이다. 2년에 한 번 하는 이 조사에서 금융·보험이 3위권 안에 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반면 한 번도 3위에서 떨어진 적이 없던 의류는 6위로 떨어졌다. 매년 선두를 다투는 식품·외식과 주거도 2015년에 비해서는 중요도가 하락했다.

중요도 순위에서 뒤로 밀려난다고 구매 우선순위에서 밀리거나 제품군에 문제가 있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의류에 대한 만족도는 70.9점으로 식품·외식(71점)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새 정권에 대한 기대감으로 전체적으로 만족도가 높았던 2017년에 비해선 줄어든 수치이지만 2015년과 비교하면 크게 높아졌다. 반면 중요도 3위에 처음 진입한 금융·보험은 소비자 생활만족도에서는 67.9점으로 꼴찌를 기록했다.

이를 놓고 상품 선택의 폭과 정보의 양이 많을수록 오히려 중요도는 떨어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의류는 합리적인 가격부터 프리미엄까지 선택 폭이 넓고 비교 정보가 온라인에 제공되고 있다”며 “금융 자산은 관심과 소비가 늘어난 반면 정보는 부족해 관리하는 것이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불경기 때문에 안정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소비행태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직장인 A씨(37)는 “싸고 품질 좋은 옷이 많아서 SPA브랜드만 이용하는 편”이라며 “그렇다고 재테크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항상 불안한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소비자원은 불경기에 더 똑똑히 소비하려는 경향이 커졌을 수는 있지만, 소비생활에서 금융·보험에 대한 관심도는 꾸준히 높아지는 추세였다고 분석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