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사장 ‘월급 못줄 수도’ 문자에 그만뒀다면 해고”

입력 2019-11-13 15:54
대법원 전경. 연합뉴스

‘회사가 어려워져 모두를 책임지기 어렵다’거나 ‘월급 지급이 힘든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고용주의 문자에 직원들이 사직 의사를 밝혔다면 자진 사직이 아닌 해고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A씨 등 2명이 식당 주인 B씨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춘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3일 밝혔다.

강원도 원주의 식당에서 근무하던 A씨 등은 2016년 11월 주인 B씨로부터 ‘식당 운영에 실패한 것 같다. 더는 모두를 책임질 수 없을 것 같다. 12월엔 월급마저 지급 못 할 상황이 올 수 있다. 더 많은 급여를 주고 좋은 곳을 알아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내용의 문자를 받았다.

A씨 등은 이튿날 회의에서도 같은 내용의 설명을 듣자 이를 해고로 이해해 식당을 그만뒀다. 그러나 B씨가 해고수당을 지급하지 않자 이들은 2016년 12월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원주지청에 진정을 냈고, 이는 소송까지 이어졌다.

1·2심은 “B씨가 A씨 등을 해고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으나 대법원은 이를 뒤집었다. 대법원은 “형식적으로는 A씨 등이 자진해 식당을 그만둔 것처럼 보여도, 실질적으로 B씨의 일방적 의사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사직하게 한 것이므로 해고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B씨로부터 문자메시지와 ‘근로를 하더라도 월급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말을 들은 후 어쩔 수 없이 식당을 그만두게 된 것”이라며 “자진해서 식당을 그만둔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또 해고 의사는 있었지만 직원 전부를 나가라고 한 적은 없다는 B씨 측의 주장에 대해서는 “식당 운영을 위한 최소 인력이 필요했다면 직원 중 해고할 사람을 특정했어야 함에도 근로자들의 선택에 맡기는 형식을 취함으로써 직원 모두에게 자진 사직을 유도했다”고 판단했다.

이홍근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