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장기라도 꺼내주고 싶어” 카자흐 뺑소니범 모친, 법정 눈물

입력 2019-11-13 12:14 수정 2019-11-13 12:16
경남 창원에서 초등학생을 차로 치고 해외로 도피한 카자흐스탄인 A씨가 지난달 14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국내로 송환되고 있다. 연합뉴스

무면허로 차를 몰다가 초등학생을 치어 다치게 하고 본국으로 달아났던 카자흐스탄 국적 불법 체류자가 첫 재판에서 혐의를 인정했다.

13일 창원지법 형사5단독 강세빈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1차 공판에서 카자흐스탄 국적의 A씨(20)는 뺑소니(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 공소사실을 모두 받아들였다.

다만 변호인은 “A씨가 차를 세워 아이 상태를 살폈지만 아이 아빠 등 다른 사람들이 몰려왔고 한국어를 몰라 병원에 가자고 할 형편이 아니었다. 겁이 나서 그냥 갔다고 한다”며 “달아나지 않은 점은 양형에 반영해 달라”고 요청했다.

11일 경남이주민노동복지센터가 공개한 초등학생을 차로 친 뒤 본국으로 달아났던 카자흐스탄 국적 A씨의 모친이 카자흐스탄어로 작성한 사죄의 편지. 경남이주민노동복지센터 제공, 연합뉴스

며칠 전 입국한 A씨 어머니(44)는 방청석에 앉아 재판을 지켜봤다. 그는 발언 기회를 얻어 거듭 아들이 저지른 죄를 사과했다.

앞서 이주민지원단체를 통해 한국인들에게 전하는 사죄 편지를 공개했던 그는 “한국인들에게 용서를 빌러 왔다. 저지른 죄를 달게받겠다”고 재차 머리를 숙였다.

이어 “경제적 어려움으로 합의를 하지 못해 죄송하지만 제가 가진 장기라도 꺼내서 아이를 돕고 싶은 심정이다. 아들 대신 사죄드린다”고 눈물을 훔쳤다.

A 씨는 지난 9월 16일 오후 경남 창원시 진해구 용원동 2차로에서 신호등이 없는 도로를 건너던 초등학교 1학년 남학생(8)을 자신이 몰던 승용차로 치고 달아난 혐의(특가법상 도주치상)로 구속기소됐다.

불법체류자 신분에다 운전면허 없이 대포차를 몰다가 사고를 낸 그는 사고 이튿날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카자흐스탄으로 달아났다. 법무부는 사안의 중요성을 고려해 카자흐스탄 정부에 긴급인도 구속을 청구했고 주카자흐스탄 한국대사관 역시 현지 외교당국을 수차례 방문해 송환을 통한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A씨는 결국 달아난 지 27일 만인 지난달 14일 자진 입국했다.

한편 피해 학생은 한때 의식이 없을 정도로 머리를 심하게 다쳐 수술을 받았고 현재 회복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 재판은 12월 13일 열린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