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리비아 야당 상원의원이 임시 대통령을 자처했다. 현재 볼리비아는 에보 모랄레스 전 대통령이 물러나 권력 공백 상태다.
우파 야당 사회민주주의운동 소속의 자니네 아녜스(52) 상원 부의장은 12일(현지시간) 저녁 의회에서 “즉시 대통령으로 취임하겠다”며 “나라의 평화를 되찾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할 것이다. 최대한 빨리 대통령 선거를 치르겠다”고 선언했다. 모랄레스가 선거 부정 시비 속에 사퇴 의사를 밝힌 지 이틀 만이다.
아녜스는 이날 앞서 공석인 상원 의장직을 먼저 승계한 상태였다. 볼리비아에선 대통령 유고 시에 부통령, 상원의장, 하원의장 순으로 대통령 권한을 이어받는다. 하지만 이들도 모두 모랄레스 사퇴 전후로 자리를 내려놨다.
의회는 이날 오후 아녜스의 대통령직 승계를 논의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여당 사회주의운동(MAS) 의원 대부분이 출석하지 않아 의사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무산될 위기가 왔다. 아녜스는 취임을 강행했다. 볼리비아 헌법재판소도 아녜스의 취임을 지지하는 결정을 내렸다.
일단 야권은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대선에서 야당 후보로 출마했던 카를로스 메사 전 대통령은 곧바로 새 대통령에 축하 인사를 전했다. 반면 모랄레스 지지자들은 아녜스의 임시 대통령 취임 사실이 알려지자 의회 밖에서 항의 시위를 벌였다.
이날 망명지 멕시코에 도착한 모랄레스는 자신의 트위터에 “아녜스 부의장의 대통령 자처는 헌법을 위반한 것”이라며 “역사상 가장 교활하고 가증스러운 쿠데타”라고 적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