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가족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첫 재판이 3년 만에 열린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5부(부장판사 유석동)는 13일 오후 5시 고(故) 곽예남 할머니 등 피해자와 유족 20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소송의 첫 변론기일을 연다. 2016년 12월 이들은 “1인당 2억원을 배상하라”는 취지의 소송을 냈다. 총 30억원 상당이다.
이번 재판은 소송을 제기한 지 3년이 지나서야 열리게 됐다. 법원행정처가 일본 정부에 소장을 송달했지만 일본 정부가 헤이그협약을 근거로 여러 차례 반송했다. 이 협약은 자국의 주권 또는 안보를 침해할 것이라고 판단하는 경우에 한해 송달을 거부할 수 있도록 한다.
따라서 법원은 공시송달 절차를 진행했고 올해 5월 9일 자정부터 송달된 것으로 간주하는 효력이 발생해 3년 만에 재판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 공시송달이란 소송 상대방의 주소를 알 수 없거나 서류를 받지 않고 재판에 불응하는 경우 법원 게시판이나 관보 등에 게재한 뒤 내용이 전달된 것으로 간주하고 재판을 진행하는 제도다. 일본 정부 측은 재판에 출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재판부는 ‘위안부’ 피해자들의 주장을 법리적으로 검토해 결론을 낼 예정이다. 공시송달이 된 경우에는 피고가 불출석하더라도 민사소송법상 상대방의 주장을 인정한다고 보는 ‘자백 간주’는 적용되지 않는다.
법조계에서는 ‘주권면제’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주권국가에 대해 다른 나라가 자국의 국내법을 적용해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원칙이다. 현재 ‘위안부’ 피해자들은 주권면제 원칙을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본 정부의 불법행위가 한국 영토 내에서 이뤄졌고, 불법성이 지나치게 크다는 이유다.
인권단체인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도 12일 “국제법상 한국 법원에서 일본 정부를 상대로 배상을 청구할 권리는 주권면제, 청구권협정, 시효 등의 절차적 이유로 제한될 수 없다”는 법률의견서를 제출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