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이 그리스 피레우스항을 유럽 최대 상업항으로 키우기 위해 8500억원 가량을 투자키로 했다. 시 주석은 최근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을 초청해 ‘황제급’ 예우를 해주는 등 유럽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12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등에 따르면 그리스를 국빈 방문 중인 시진핑 주석은 11일(현지시간)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를 만나 아테네 인근에 있는 피레우스항 투자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중국 국영 해운기업인 중국원양해운(코스코·COSCO)은 총 6억6000만유로(약 8487억원)를 투자해 그리스 피레우스항을 유럽 최대 상업항으로 키울 계획이다. 피레우스항은 그리스 최대 항만이자 유럽의 6번째 컨테이너항이다.
피레우스항에 대한 코스코 지분도 기존의 51%에서 67%로 확대된다. 코스코는 2016년 지분 51%와 함께 35년간의 항만 운영권을 확보했다.
이는 그리스를 교두보로 삼아 유럽으로의 경제적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포석이 깔려있다. 중국은 유럽과 아시아, 아프리카 대륙이 교차하는 피레우스항을 ‘21세기 해상실크로드’의 핵심 거점으로 주목하고 있다.
시 주석은 미초타키스 총리와의 회담을 마친 뒤 “피레우스항의 환적 역할을 강화함으로써 해상과 육로를 통한 유럽으로의 운송 능력을 끌어올리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부인 펑리위안 여사와 함께 미초타키스 총리의 안내를 받으며 피레우스항을 직접 찾아 작업 현장을 둘러보기도 했다.
시 주석은 피레우스항에서 “보는 것이 믿는 것이며 일대일로는 구호나 이야기가 아니라 빛나는 현실임을 오늘 여기서 보여줬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파로코피스 파블로풀로스 그리스 대통령과도 만나 양국 간 신뢰 강화 및 실무 협력 확대 등에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
시 주석은 “중국과 그리스의 친선은 양국의 협력일 뿐만 아니라 양대 문명의 대화”라면서 “개방적이고 실무적으로 중국-유럽 협력을 추진하는 모범이 되고 다자주의를 수립하는 모범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파블로풀로스 대통령은 신중국 건국 70주년 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문명 충돌론’을 단호히 반대한다면서 그리스가 중국의 핵심 이익을 지지하며 일대일로 건설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고 화답했다.
중국과 그리스는 이날 피레우스항 투자 외에 에너지, 수송, 금융 등을 망라한 15개 분야의 경제 협력에 합의했다. 중국 국가전력망공사는 그리스 본토와 크레타섬 사이 해저 전력케이블 구축 프로젝트에 관심을 표명했고, 중국 공상은행은 그리스 지점 설립을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중국은 지난 5일 상하이에서 열린 제2회 국제수입박람회에서 마크롱 대통령을 가장 중요한 귀빈으로 대접했다. 시 주석은 수입박람회 개막식 연설 직후 마크롱 대통령과 함께 가장 먼저 프랑스 전시관을 찾아 와인을 마시며 친분을 과시했다.
이어 그날 저녁 시 주석과 부인 펑리위안 여사는 마크롱 대통령 부부를 상하이의 전통정원인 예원(豫園·위위안)으로 초대해 국빈 만찬을 했다. 시 주석은 다음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으로 옮겨 마크롱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항공기 구매 등 150억달러 규모의 경제협력 선물보따리도 안겨줬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