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연천군 중면 마거리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 인근에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을 막기 위한 돼지 살처분을 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핏물 등 침출수가 인근 하천에 유입되는 사고가 났다.
12일 연천군 등에 따르면 연천군은 ASF 확산을 막기 위해 지난달 12일부터 관내 사육 돼지 16만여 마리에 대한 예방적 살처분에 나섰다. 그러나 매몰지 확보와 매몰처리에 필요한 용기 제작이 지연되자 연천군은 우선 살처분된 돼지 4만7000여 마리를 연천군 중면의 민통선 안 700m 지점 비어있는 군부대 유휴부지에 쌓아 뒀다.
이 과정에서 지난 10일 경기북부 지역에 많은 비가 내리면서 이곳에 쌓여 있던 돼지 사체에서 핏물 등 침출수가 대량으로 임진강 상류 마거천 등에 유입돼 임진강 지류 인근 하천으로 흘러갔다.
방역당국은 하천에 일반인의 접근을 차단하고 준설작업을 벌여 침출수를 희석시키는 작업을 하는 한편, 주변에 생석회를 뿌려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연천군 관계자는 “매몰 작업을 준비하던 중 갑자기 비가 내려 침출수가 유출된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2~3일 내에 매몰작업이 끝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천군은 당초 매몰 대신 고온 가열 방식의 렌더링으로 처리할 계획이었지만 ‘서둘러 살처분을 마무리하라’는 방역당국의 지시로 작업을 서두르기 위해 살처분된 돼지를 쌓아 놓았다가 사고가 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석우 연천임진강시민네트워크 공동대표는 “전국민적의 관심사인 ASF 관련 돼지 살처분 작업을 열악한 환경의 지자체에게 맡기는 것 보다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면서 “살처분 돼지에서 발생한 침출수가 상수원보호구역과 인접한 하천에 유입됐기 때문에 철저하게 조사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는 살처분 돼지 침출수가 하류 상수원인 임진강으로 유입되지 않도록 마거천에 유입된 침출수를 수중모터로 흡입하는 방식으로 빼내 공공처리장에서 처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천군은 취수원에서 채취한 시료에 대해 수질 검사를 의뢰할 방침이며, 환경부도 4개 지역에서 수질을 검사해 식수가 오염되지 않도록 관리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연천=박재구 기자 park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