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합참의장 “미국인들, 부자 韓日에 왜 미군 주둔 의문”

입력 2019-11-12 10:15
마크 밀리 美 합참의장, “보통 미국인들, ‘주둔 비용 얼마나 드나’ 물어”
美 여론 빌어 방위비 인상 압박이라는 분석
밀리 합참의장 “지소미아 필요. 韓·日 갈등으로 北·中만 이득 볼 것”


한국과 일본을 연이어 방문하는 마크 밀리 미군 합참의장은 “일반적인 미국인들은 부자 나라인 한국과 일본에 왜 미군이 필요한지 의문을 제기한다”고 말했다.

마크 밀리 미군 합참의장. AP뉴시스

밀리 합참의장의 이례적인 발언에 대해 미국 여론을 빌어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압박하기 위한 전략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밀리 의장은 12일 일본을 찾아 아베 신조 총리를 접견한 뒤 야마자키 고지 통합막료장(합참의장격)과 별도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밀리 의장은 이어 14일 한국을 방문해 제44차 한·미군사위원회 회의(MCM)에 참석한다.

미 국방부는 홈페이지를 통해 밀러 의장이 한·일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한 발언을 전했다. 밀러 의장은 “일반적인 미국인들은 전진 배치된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을 보면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그는 “‘그들(미군)이 그곳에 왜 필요한가’, ‘(주둔) 비용은 얼마나 드는가’, ‘이들(한·일)은 매우 부유한 나라들인데, 왜 스스로를 방어할 수 없는가’ 이런 것들이 전형적인 미국인의 질문”이라고 소개했다.

밀러 의장은 “우리는 동북아 지역에서 무력충돌을 막고 안정화 임무를 맡는 미군의 역할을 설명해야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미군 고위 관계자가 보통 미군 사람들의 질문을 인용하는 방식으로 미군 주둔의 의구심을 표현한 것은 이례적이다. 14일 방한하는 마크 에스퍼 국방부 장관과 함께 미 국방 당국 고위 관계자들이 총출동해 방위비 인상 압력을 가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밀리 의장은 또 한국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번복시키는 것이 미국 정부의 목표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밀러 의장은 “지소미아가 동북아 지역의 안보와 안정에 필수적”이라며 “한·미·일은 함께할 때, 어깨를 맞댈 때 더 강력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과 일본의 사이가 틀어지면 북한과 중국만 득을 볼 것”이라며 “공동의 가치와 안보 필요성을 가진 동맹국들 간의 마찰 부분은 사이좋게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밀러 의장은 “한국을 일본과 미국으로부터 떨어뜨려 놓는 건 분명히 중국의 이익이고 북한의 이익”이라며 “한·미·일 3국이 매우 긴밀하게 보조를 맞추는 것이 우리의 이익”이라고 설명했다. 밀러 의장은 북한과 중국에 맞서 한·미·일 안보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한국 정부에 지소미아 연장을 촉구한 것이다.

밀리 의장은 에스퍼 장관과 함께 15일 서울에서 열리는 한·미 안보협의회(SCM)에 참석할 예정이다. 에스퍼 장관의 이번 아시아 순방국에 일본은 포함돼 있지 않았다. 밀리 의장의 한·일 방문은 취임 이후 처음이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