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초등학생들의 행복도와 삶의 만족도가 전 세계 최하위 수준으로 나타났다. 특히 시간 사용과 관련한 항목에서 꼴찌를 기록해 아동·청소년에게 학업 부담을 줄여주고 건전한 여가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국제 아동구호단체인 세이브더칠드런과 서울대학교 사회복지연구소의 ‘국제비교 맥락에서의 한국 아동의 주관적 행복감’ 연구결과에 따르면 연구에 참여한 22개국 중 우리나라 초등학생의 행복감은 19위에 그쳤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아동은 전 세계 3만4000여명이며, 우리나라는 초등학교 5학년생 3171명이 참가했다. 연구진은 국제 아동 관련 조사기관(Children's Worlds)의 자료를 바탕으로 만 10세 아동의 주관적 행복감을 비교했다.
연구진은 6개 문항으로 구성된 아동의 주관적 행복감 척도와 1개 문항으로 구성된 전반적 만족감 척도를 통해 행복감을 측정했다. 주관적 행복감 척도는 돈에 대한 만족도, 시간 사용에 대한 만족도, 학습에 대한 만족도, 관계에 대한 만족도, 안전한 환경에 대한 만족도, 자기자신에 대한 만족도 등을 조사했다.
우리나라 초등학생들의 주관적 행복감 척도는 84.4점으로 19등을 기록했다. 대만(84.0점), 네팔(83.2점), 베트남(82.4점) 3개 국가만 우리나라보다 순위가 낮았다. 점수가 가장 높은 국가는 알바니아(97.2점)로 조사됐고, 그리스(94.1점)가 2위였다.
전반적 삶의 만족도에서도 한국은 주관적 행복감과 마찬가지로 19위로 동일했다.
특히 자기자신에 대한 만족도는 22개국 중 20위, 시간 사용에 대한 만족도는 22개국 중 22위를 차지했다.
연구를 수행한 안재진 가천대 교수는 “자유시간에 하는 일에 대한 선택권과 공부와 여가 간의 균형 잡힌 일상이 아동의 시간사용에 대한 만족도에 중요한 요인인 것으로 나타났다”며 “아동의 여가를 시간낭비로 보는 사회적 인식을 바꾸고 건전한 여가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아동의 행복도를 국내에 한정할 경우 2012년부터 2017년까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 빈곤가정 아동과 장애아동, 나홀로 아동 등의 행복도는 일반 아동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았다.
연구에 참여한 유민상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박사는 “아동 행복도 증가 추세에도 빈곤가정 아동, 장애 아동, 나홀로 아동 등의 행복도가 다른 아동들과 행복도 격차가 있는 것은 아동기 삶의 질의 격차가 그대로 드러난 것”이라며 “아동기 삶의 질 격차는 평생 동안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삶의 질 격차 해소에 대한 국가의 관심과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