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총선에서 극우 포퓰리즘 정당인 복스가 제3당으로 약진했다. 스페인은 난민 위기 이후 유럽을 휩쓴 극우 정당 바람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았지만, 최근 카탈루냐 분리독립을 둘러싼 갈등 등으로 수혜를 입게 됐다. 집권당인 사회노동당(PSOE)은 제1당 자리를 지켰지만, 과반의석 획득하지 못해 정부를 구성하지 못하는 교착상태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 엘파이스 등은 10일(현지시간) 치러진 스페인 총선 개표 결과, 페드로 산체스 총리가 이끄는 중도좌파 성향의 사회노동당이 전체 350석 가운데 120석을 차지해 1당을 지켰다고 보도했다. 다만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해 이번에도 단독 정부를 구성하지 못하는 ‘헝 의회’(Hung Parliament)가 탄생했다.
이번 총선에서는 극우정당 복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복스는 15% 득표율로 52석을 획득했다. 지난 4월 총선에서 24석 확보로 처음 원내 진입한 뒤 약 7개월 만에 의석수가 두 배로 늘어났다. 산티아고 아바스칼 복스 대표는 “11개월 전만 해도 우리는 지방의회에서도 의석이 없었다”라며 “하지만 오늘 우리는 스페인 제3당이 됐다. 복스는 진보 독재주의에 맞설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2015년 유럽에선 난민 사태가 불거지면서 극우정당들이 기세를 펼쳤지만 스페인은 영향을 적게 받았다. 오랜 독재시절로 국가주의에 대한 반감이 강했기 때문이다. 2013년 창당한 복스는 지난 4월이 돼서야 극우정당 최초로 의회에 진입할 수 있었다. 이번 선거에서 의석을 2배 이상 획득한 데는 카탈류냐 분리독립 이슈가 있다. 스페인 대법원은 지난달 2017년 분리독립 투표를 강행한 카탈루냐 지도부에 징역형 등 중형을 선고해 격렬한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위기의식을 느낀 보수 유권자들이 카탈루냐에 강경책을 주장하는 복스를 지지한 것으로 보인다.
스페인은 집권당인 사회노동당이 야당과 연립정부 구성에 실패하면서 올해만 두 차례 총선을 치렀다. 하지만 사회노동당이 이번에도 과반을 확보하지 못한데다 복스가 약진하면서 연정 구성이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스페인은 2015년 12월 국회 파행 이후 4년 새 벌써 4번째 총선을 치렀다.
산체스 총리는 복스를 겨냥한 듯 “안정적이고 진보적인 정부 구성을 목표로 하겠다”며 “우리는 증오를 말하는 이들 외에 다른 모든 정당들에게 교착 상태를 함께 해결할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급진좌파 성향의 포데모스는 사회노동당과 연정할 의사를 밝혔지만 의석이 35석밖에 되지 않아 여전히 과반인 176석에 미치지 못한다. 따라서 연정 셈법도 복잡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제1야당인 중도우파 국민당(PP)은 20.8%의 득표율로 88석을 얻었다. 지난 4월 총선에서 66석에서 22석을 늘려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총선에서 57석을 가져간 친기업성향의 시우다다노스당 시민당은 득표율이 6.8%로 곤두박질치면서 10석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