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한국 증시 색깔은? 장밋빛… “유동성 장세 끝날 것” 신중론도

입력 2019-11-11 17:04 수정 2019-11-11 17:17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최근 내놓고 있는 내년 코스피지수 전망은 대체로 장밋빛을 띄고 있다. 미·중 무역협상이 합의에 도달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선 레이스가 본격화되면 상대적 저평가 상태인 국내 증시가 상승세로 돌아선다는 진단이 나온다. 글로벌 저금리 흐름, 통화량 증가세도 증시에 호재로 작용한다. 코스피지수가 최대 2500까지 오를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하지만 증권사들의 코스피지수 등락 전망치는 1830선에서 2500선까지 넓게 퍼져 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진폭을 2000~2500, 하나금융투자는 2000~2450, SK증권은 1950~2400, 신한금융투자는 2000~2400, DB금융투자는 1830~2290, 키움증권은 1900~2250으로 내다본다. 사실상 하락과 상승의 가능성을 모두 열어둔 셈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내년에는 국내 총선에다 미국 대선까지 겹치는 만큼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큰 시기”라고 11일 설명했다.

가장 낙관적 전망을 내놓은 메리츠종금증권은 “내년은 코스피지수가 약세 흐름을 탈피하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지난 2년간 ‘박스피’에 머물렀던 만큼 내년에 기업 실적이 회복된다면 코스피지수의 가치가 제자리를 찾아간다는 분석이다. 이진우 메리츠종금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내년 증시는 지난 1년반보다 나아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상반기에서 하반기로 갈수록 약세장 탈피 흐름이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금융투자와 신한금융투자는 ‘반등’에 무게를 둔다. 최근 20년간 추세선 대비 코스피지수가 최하단까지 떨어진 상황에서 내년 수출과 기업 실적이 회복된다면 반등폭은 커질 수 있다는 계산이다. SK증권도 ‘장밋빛’으로 본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최근 위험자산 선호 심리로 금리가 오르고 주식시장도 활기를 띄고 있다”며 “반도체 업황 등의 실적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어 내년 상반기까지 우호적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증권사들은 공통적으로 ‘국내외 저금리 환경’ ‘미·중 무역갈등 완화 가능성’을 호재로 꼽는다. 올해 3분기까지 각국 중앙은행이 금리 인하 흐름에 동참했고, 이런 움직임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내년 말 대선을 치러야 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 무역 합의 쪽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초저금리 환경 속에서 배당 등 주식투자 매력이 커졌다는 점도 증시 상승론에 힘을 싣는다.

그러나 장밋빛 일색은 아니다.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국내 경제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어 미국 증시 호황 등이 사라진다면 국내 증시도 하강 곡선을 그릴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내년 국내 증시는 실적 바닥론이 이어지며 연초에 상승하지만, 하반기로 갈수록 경기 둔화 우려 및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상고하저(上高下低)’의 양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각국 정부의 재정·통화정책이 유발한 ‘돈 풀기(유동성) 장세’가 이어지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강현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을 위시한 주요국 투자가 과잉이라, 내년에는 이에 대한 되돌림이 본격화될 것”이라며 “외풍에 한국 증시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