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면세점 시큰둥 ‘빅3’ 광군제에 올인…송객 수수료 부담은 여전

입력 2019-11-11 15:47 수정 2019-11-11 16:02
롯데면세점 광군제 행사 포스터. 롯데면세점 제공

신라면세점 광군제 행사 포스터. 신라면세점 제공

신세계면세점 광군제 행사 포스터.신세계면세점 제공

면세업계 빅3(롯데·신라·신세계)는 11일 치러진 ‘광군제(光棍節)’ 행사를 앞두고 따이궁(중국 보따리상)을 유치하느라 일찌감치 치열하게 경쟁했다. 반대로 같은 날 시작된 시내 면세점 신규 사업자 입찰에는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인다. 올해 역대 최대 매출을 올리면서도 중국에 막대한 송객 수수료를 지불하느라 ‘밑지는 장사’를 한 면세업계의 아픈 속사정이 이날 단적으로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인들을 최대 고객으로 삼는 유력 면세업체들은 일찌감치 광군제 맞이 분위기 띄우기에 나섰다. 롯데면세점은 10일까지 중국인 고객이 선호하는 인기 상품을 추천하고 화장품, 시계·보석, 전자, 패션잡화 등 4개 카테고리에서 상위 5개 브랜드 제품 구입 시 사용 가능한 적립금을 증정했다. 증정 적립금은 광군제 당일에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신라면세점은 서울점에서 오는 17일까지 패션·뷰티 브랜드를 최대 70%까지 할인 판매하기로 했다. 특히 1달러 이상 면세품을 구매한 중국인 자유 여행객에게 오가닉 여행용 여성용품을 증정하고 있다. 11달러, 111달러, 1111달러 등 구매금액에 따라 입욕제, 네일케어 등 다양한 셀프 케어 제품을 11월 말까지 증정한다. 광군제를 상징하는 숫자 ‘11’에 맞춘 프로모션이다. 인터넷면세점 중국몰에서는 광군제 당일까지 열흘간 아넬로, EMU, 닥터아리보, 숨37 등 약 100개의 패션·화장품 브랜드를 최대 40% 할인해 판매했다.

신세계면세점도 10일까지 매 홀수 시간에는 50%, 짝수 시간에는 30%의 광군제 알리페이 결제 할인 포인트를 11명에게 선착순으로 지급했다. 11일까지 첫 구매 고객 중 가장 구매금액이 높은 10명을 선정해 갤럭시노트 10, 씨트립 이용권 등 경품도 증정했다.

면세점은 제조사와 달리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티몰’ 등에 입점시킬 제품이 없다 보니 광군제를 맞아 소비심리가 커진 중국인들을 장외 유치해보겠다는 속셈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유커가 이 기간 특별히 늘어나는 것은 아닌데 중국 내 수요가 늘다 보니 보따리상 구매량이 늘어난다”며 “이들을 프로모션해서 매출을 끌어올리는 것”이라고 밝다.

면세업계는 품질면에서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중국 내에서는 광군제 기간 유통되는 상품들이 품질 면에서 떨어진다는 인식도 있다. 같은 기간 싼값에 검증된 품목을 판매하는 면세점이 경쟁력이 있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중국에서 전자상거래법이 올해부터 시행되지만, 가짜라든지 품질이 안 좋다든지 하는 것에 대한 제재가 여전히 부족하다는 인식이 있다”며 “중국인들이 면세품에 대한 신뢰도가 강해 유리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광군제를 앞두고 따이궁을 추가로 유치해도 중국 여행사에 송객 수수료를 건네는 시스템은 그대로 유지된다. 매출이 늘어도 수익은 크게 늘지 않는다는 뜻이다. 중소 면세사업자와 후발 대기업들이 면세업체에서 손을 털고 나가는 이유가 광군제 당일에도 여실히 드러난 셈이다.

그러면서 관세청이 11일부터 3일간 진행하는 신규 사업자 선정에 관한 관심도 시들하다. 예년 같으면 일찌감치 분위기 띄우기에 나섰을 기업들이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빅3로 분류되는 롯데면세점, 신라면세점, 신세계면세점도 면세점 입찰을 위한 사전 준비에 나서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은 해외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국제 면세업계에서도 각각 2위와 3위를 차지할 정도다. 국내 면세사업에 관한 관심은 더 시들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면세 업계에서 정부가 면세사업권 확대에 힘쓰기 전에 입국장 인도장 도입 등 제도적 보완에 힘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