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대형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와 손잡고 출시한 신용카드인 ‘애플카드(Apple Card)’가 남녀간 신용한도를 다르게 설정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성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미국 뉴욕주 금융당국(DFS)은 애플카드의 성차별 논란과 관련해 조사에 착수했다.
1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즈(NYT) 등 미 언론에 따르면 지난주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 애플카드의 신용한도에 대한 성차별을 성토하는 포스트가 잇달아 올라왔다. 프로그래밍 언어 루비 기반 소스 ‘루비 온 레일즈’의 개발자 데이비드 핸슨은 트위터에 “애플카드는 정말 성차별적인 프로그램”이라고 썼다. 핸슨은 “나와 아내는 오랫동안 결혼생활을 해 왔으며 세금 신고도 공동 명의로 해왔다. 하지만 애플의 알고리듬은 내 신용한도가 아내의 20배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애플의 고객 서비스 부서에 연락해 신용한도와 관련한 문제 제기를 했지만 어떤 대답을 들을 수 없었다고 비판했다.
지난 8월 애플이 서비스 사업 강화의 일환으로 출시한 애플카드는 아이폰 통합형 신용카드다. 아이폰에 내장된 월렛 앱과 티타늄 재질의 실물 카드를 이용해 온라인과 오프라인 결제가 가능하며 이용 금액에 따라 1~3%의 캐시백을 제공한다. 또 차량호출 서비스 우버와도 결합한 서비스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
핸슨이 트윗을 올린 이후 비슷한 사례를 고발하는 트윗이 이어졌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아내의 신용등급이 더 높은데도 자신의 신용한도가 5배 더 높다고 밝혔다. 애플의 공동 창업자인 스티브 위즈니악도 트위터를 통해 “애플카드가 내 신용한도를 아내의 10배로 정했다”면서 “나와 아내는 서로 분리된 은행 계정이나 신용카드 계정을 갖고 있지 않다. 분리된 자산도 없다”고 강조했다.
수십만명의 팔로워들을 지닌 IT업계 스타들의 주장이 일파만파로 퍼지자 뉴욕주 금융당국도 조사에 나섰다. 뉴욕주 금융서비스국은 9일 성명을 내 “여성에 대해 고의적이든 아니든 차별적 대우를 하는 것은 뉴욕주법 위반”이라며 “애플카드가 신용한도를 정할 때 사용한 알고리듬이 주법을 위반했는지 여부를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애플카드의 남녀차별 논란에 대해 애플은 성차별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애플 대변인은 NYT에 “신용한도 결정은 소비자의 신용가치에 의해 결정된다”면서 “성별, 인종, 나이, 성적 정체성 등의 요소로 정해지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블룸버그에 따르면 핸슨의 트윗이 논란을 일으키자 그 배우자의 애플카드 신용 한도가 높아졌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