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의원들과 인종차별 범죄 수사관도 테러 대상
법무부 당국자 “백악관이 테러 법안 통과 막아”
내년 11월 3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미국에서 유혈 테러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백인 우월주의자에 의한 인종차별적 증오 범죄는 미국의 고질병이다. 여기에다 ‘트럼프 시대’를 겪으면서 극심해진 정치적 갈등이 유혈 사태를 촉발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흑인 등 유색 인종뿐만 야당인 민주당 의원들도 증오 범죄의 표적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무책임한 언행은 인종적·정치적 범죄를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미국 사법당국과 연방수사국(FBI)은 내년 대선을 거치면서 인종차별적 범죄와 정치적인 유혈 사태가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를 감추지 않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증오 범죄의 대상은 유대인, 흑인과 히스패닉 등 유색 인종, 이슬람교 신자들이다. 최근에는 증오 범죄를 수사하는 요원들과 민주당 의원들도 테러의 타깃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고 인종차별적 공격을 가했던 유색 여성의원 4명 중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스 의원을 협박했던 용의자가 기소됐다. 민주당의 지도자들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까지 공격 대상 리스트에 포함되기도 했다.
미국의 이슬람교 신자들은 미 사법당국이 자신들을 잠재적인 테러리스트들을 볼 때는 고강도 수사를 펼치면서도 자신들을 겨냥한 테러 위협에 대해선 느슨하게 대처한다고 비판한다.
미국의 증오 범죄는 위험수위를 넘었다. 크리스토퍼 레이 FBI 국장은 지난달 의회에서 “최근 몇 년 동안 가장 치명적인 위협은 국내 테러리즘”이라고 말했다.
미 사법당국과 FBI는 테러 위험이 높은 흑인 교회 목사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예방에 주력하고 있다. 이들은 또 도청 등의 방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법무부 당국자는 NYT에 “미국 검사들은 증오 범죄 수사에 도움을 줄 국내 테러리즘 법안의 통과를 기대하고 있지만, 백악관이 이를 막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태를 악화시키는 주범으로 지목받는다. 그는 2017년 8월 12일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 벌어진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시위로 1명이 숨진 사건과 관련해 “양쪽에서 일어난 폭력을 규탄한다”고 밝혀 비난을 자초했다. 백인 우월주의자를 비판하지 않고 양비론을 택했던 것이다.
집회와 표현의 자유를 규정한 미 수정헌법 1조 조항도 증오 범죄에 악용된다.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인종차별적 주장도 막아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최근엔 미국 서해안 지역과 동북부 오대호 지역에서 인종차별주의자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 FBI는 올해 107명을 증오범죄 테러와 연관해 체포했다. 이는 최근 몇 년 동안 검거된 용의자들 수와 비슷한 수치라고 NYT는 전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