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11일 청와대 핵심참모들을 향해 “낭떠러지로 향하는 고속도로임을 알고도 엔진을 더 세게 밟겠다는 것”이라는 비판을 날렸다.
나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노영민 비서실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김상조 정책실장 등 이른바 ‘청와대 3실장’의 10일 기자회견을 두고 이같이 말했다.
이들 실장이 문재인정부의 전반기와 후반기를 각각 ‘대전환의 시기’와 ‘도약의 시기’로 표현한 데 대해 나 원내대표는 “대한민국을 정상에서 비정상으로, 자유에서 억압으로, 번영에서 침체로 더 나쁘게 대전환시켰다”며 “이대로 계속 가면 도약이 아니라 몰락만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남은 2년 반도 별수 없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매우 앞선다. 집권 후반기 첫날부터 늘어놓은 현실 부정, 책임 회피는 변화·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모두 꺾어버렸다”고도 했다.
나 원내대표는 “이 실패의 폭주를 막기 위한 집권 후반기 첫 번째 과제가 바로 예산심의”라고 지목했다. 이어 514조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에 대해 “국민과 기업이 어려워 죽겠다는데 그 와중에 정부는 몸집만 더 키우겠다고 한다. 한마디로 대한민국을 가분수로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대규모 삭감을 예고했다.
그는 또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전날 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의 만찬 회동에서 ‘선거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과 관련해 한 발언을 놓고 “협상과 협박을 구분하지 못하는 분께서 정당의 대표까지 맡는 우리 정치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다”고 꼬집었다.
손 대표는 만찬 당시 “한국당이 협상안을 제대로 가져와서 이야기와 협의를 해야지, 다 피하는 것 아니냐. 정치를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으며, 황교안 한국당 대표와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
나 원내대표는 “선거법 개정안 협상에 한국당은 단 한 번도 피하거나 게을리 한 적이 없다. 독자적인 의견과 안을 내고 모든 안을 포함해 협상다운 협상을 하자고 제안한 건 한국당”이라며 “연동형 비례제 생떼를 안 받아주면 안 된다며 협상판을 걷어찬 게 (한국당 제외 여야 4당) 야합세력”이라고 반박했다.
나 원내대표는 이와 함께 살인 범죄를 저지르고 남측 해상으로 도피한 북한주민 2명을 정부가 북한으로 추방한 것과 관련, 사건이 발생한 오징어잡이 목선 사진을 거론하며 “이 작은 배에서 3명이 무려 16명을 하룻밤 사이에 살해했다는 게 상식적으로 믿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문제를 그냥 넘어갈 건 아니라고 본다. 여러 가지가 굉장히 석연치 않다. 지난번 삼척 목선 (귀순) 사건에서도 이 정부가 투명하지 않았다는 것을 국민은 기억한다”며 국방위원회와 정보위원회 등 관련 상임위를 가동해 현황 파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