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의 10일 청와대 만찬에서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올라있는 선거제 개혁안을 두고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설전을 벌이다 고성까지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급기야 문 대통령이 두 사람을 말리는 상황까지 연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당 김종대 수석대변인과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가 만찬이 끝난 뒤 브리핑한 내용을 살펴보면 황 대표와 손 대표가 만찬 중 선거제 개혁안에 대한 대화를 하면서 언성을 높였다. 황 대표는 이 자리에서 “정부와 여당이 한국당과 협의 없이 선거제 개혁안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 문제가 있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이에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 대표는 “한국당이 협상에 응하지 않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정치협상회의 실무회의 등 논의를 할 수 있는 여러 단위가 있는데 한국당이 한 번도 제대로 응하지 않았다”고 지적했고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정치개혁특별위원회 등 그동안의 선거제 개혁안 논의 과정을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 대표가 거듭 유감을 표명하자 손 대표는 “정치를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황 대표도 발끈해서 “그렇게라니요”라며 맞받아쳤다. 분위기가 격앙되자 문 대통령이 두 손으로 자제하라는 제스처를 취하며 말리는 상황까지 연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두 사람은 서로 ‘목소리를 높여 미안하다’는 취지의 사과를 한 뒤 대화를 이어갔다. 문 대통령도 이 자리를 통해 “여·야·정 상설 국정 협의체를 발족하면서 여야가 선거제 개혁에 합의한 바 있다”면서 “국회가 이 문제를 협의해 처리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도 브리핑에서 “뜨거운 논쟁과 토론이 진행됐기에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오랜만에 싸울만한 것 가지고 싸웠다. 이런 정치토론은 자주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도자 바른미래당 수석대변인도 설전과 관련해 “손 대표가 기분 나쁘진 않으셨다”며 “오랜만에 서로 소통의 장이 된 것 같다”고 답했다. 김명연 한국당 대변인은 “선거법과 관련한 얘기냐? 그 내용은 내가 들은 얘기가 없다”면서 만찬 분위기에 대해서는 “황 대표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으니까 회담이 잘 된 것 아니겠냐”고 했다.
김종대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선거제 개혁에 대해 황 대표가 한국당 안에 대해 정부와 여당이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는 주장을 했다”며 “이에 일부 대표가 반박하며 다소 언성이 높아지는 등 열기가 고조되는 부분이 일부 있었다”고 전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