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치’로 불리는 잇몸병(치주염)이 대장암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큰 오른쪽 대장의 용종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치주염이 있는 사람은 없는 사람에 비해 우측 대장 용종이 배 이상 많았고, 특히 암이 될 용종 발생률은 3배 넘게 높았다.
치주염 환자는 대장암 위험이 높은 만큼, 일반인 보다 대장내시경 검사를 더 철저히 받아 용종 등을 조기 발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우측 대장(상행 결장)은 항문에서 깊고 먼 곳에 위치하며 장 정결이 불량한 경우가 많다. 주름이 깊고 많아 용종이 숨어있어 잘 보이지 않는다. 또 왼쪽 대장(하행 결장)에 생긴 용종보다 납작하고 주변 점막과 비슷해 대장내시경 검사에서 포착되지 못하고 대장암으로 진행되고 나서 뒤늦게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용종은 흔히 ‘폴립’이라고도 하며 위나 장의 점막 조직이 부분적으로 과도하게 증식해 혹처럼 튀어나온 것을 말한다. 특히 대장암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큰 용종을 ‘선종’이라 한다. 대장암 환자의 80% 이상이 선종에서 시작된다. 선종을 일찍 발견해 제거하면 대장암을 예방할 수 있다.
차의과학대 분당차병원 소화기내과 유준환 교수, 가정의학과 김영상 교수팀은 2016년 1~9월 분당차병원 건강검진센터에서 대장 내시경 과 치과검진을 받은 성인 2504명을 대상으로 치주염과 우측 대장 용종 발생율의 연관성을 분석해 이 같은 결론을 얻었다고 10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리포츠(Scientific reports) 최신호에 발표됐다.
연구팀은 치주염을 진단받은 그룹(216명)과 진단받지 않은 그룹(2288명)으로 나눠 용종의 위치 및 분화 정도(암 발생율이 높은 정도)에 따른 대장 용종의 위험 인자를 분석했다.
그 결과, 치주염 진단 그룹의 우측 대장용종 유병율은 25%로 치주염을 진단받지 않은 그룹(12.3%)보다 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특히 암 진행 가능성이 높은 진행성 우측 대장 용종은 치주염 진단 그룹 3.2%로 치주염 진단받지 않은 그룹(0.9%) 보다 3배 이상 높았다.
치주염 환자의 오른쪽 대장에 용종이 많이 발생하는 것은 구강 안에 증가한 박테리아가 우측 대장 내 세균 조성에 변화를 일으켜 용종 및 암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치주염을 일으키는 구강내 세균은 ‘푸조(FUSO)’ 박테리아가 대표적이다. 치주염으로 치아가 빠진 대장암 환자들의 대장에 푸조 박테리아가 몰려 있다는 사실이 몇몇 연구에서 확인됐다. 치주염의 원인인 입 속 세균이 식도와 위, 소장, 대장, 항문 등 소화경로를 거쳐 몸 속으로 퍼져나간다.
대장의 경우 제일 먼저 도달하는 곳이 우측 대장, 즉 상행 결장이다. 이어 횡행 결장, 하행 결장(좌측 대장), 구불결장, 직장, 항문으로 이어지는데, 아무래도 제일 먼저 닿는 상행 결장에 유해 박테리아가 가장 많이 달라붙어 염증과 용종 등을 유발하고 횡행 결장, 하행 결장으로 갈수록 숫자도 적어지고 그만큼 영향력이 적을 수 밖에 없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유준환 교수는 “이번 연구는 치주염 환자에게서 암이 될 가능성 높은 우측 대장 용종의 발생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국내 처음으로 확인한 것”이라며 “우측 대장 용종은 암으로의 진행이 빠르고, 대장 내시경으로 발견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 만큼 보다 꼼꼼한 내시경 검진으로 용종의 유무를 가리는 것이 암 발생을 낮추는 길”이라고 말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