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업 중인 어선에서 동료 선원 16명을 살해한 뒤 지난 2일 동해상에서 우리 해군에 나포됐던 북한 선원 2명이 7일 북한으로 추방됐다.
정부는 이날 오후 3시10분쯤 북한 선원 2명을 북한으로 추방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함께 조업에 나섰던 선장과 선원 16명을 해상에서 살해하고 도주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는 이들이 반인륜적인 살인 등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기 때문에 북한이탈주민법상 보호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정부합동조사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8월 15일 함경북도 김책항을 떠나 동해안 등지에서 오징어잡이를 하던 중 지난달 말 선상에서 도끼와 망치를 사용한 잔인한 수법으로 살인을 저질렀다. 이들은 선장의 가혹행위에 대한 불만 때문에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당초 3명이 공모해 선장을 살해했고, 나머지 15명은 범행 은폐를 위해 잇따라 살해한 것으로 파악됐다. 시신은 모두 바다에 유기했다.
이들은 범행 후 북한으로 돌아가 자강도 지역에서 함께 생활할 계획이었는데, 공범 중 한 명이 김책항에 내렸다가 북한 당국에 붙잡히면서 나머지 2명은 특정한 목적지를 정하지 못한 채 도주를 시작했다. 2명이 탄 배는 남하해 동해 북방한계선(NLL)에 머무르다 ‘의심 선박’으로 간주돼 우리 해군의 단속을 받았다. 우리 군은 북한 당국이 북한 수역에서 이들을 추격하는 것을 지켜봤다고 한다.
이들이 붙잡힌 뒤 귀순 의사를 밝혔지만 정부는 수용하지 않았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들은 우리 해군에 제압된 직후 귀순 의사를 표명하기도 했으나 일관성이 없어 신뢰할 수 없다고 판단해 추방했다”고 설명했다. 통일부 당국자도 “그동안 이 정도의 비인도적이고 반인류적인 범죄가 있었던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날 국회에서는 북한 선원 추방 사실이 언론보도를 통해 먼저 알려진 것과 관련해 정부의 은폐 의혹도 제기됐다.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은 외통위 회의에서 “지난 2일 북한 선원이 내려온 사실을 우리 국민은 모르고 정부 발표도, 보도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북한 선원 추방 사실은 외통위 회의에 참석한 정부 고위 관계자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가 한 언론에 포착되면서 알려졌다.
이 문자메시지에는 “북한 선원 2명이 삼척으로 내려왔고 이날 오후 3시 판문점을 통해서 북송을 진행 중이며, 선원들의 자해 위험이 있어 경찰이 에스코트하고 있다. 이번 송환과 관련해 국가정보원과 통일부 간 입장 정리가 안돼 오전 중 추가 검토할 예정”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정 의원은 문자메시지에 북한 선원의 자해 위협 등이 거론된 것을 근거로 강제 북송 의혹도 제기했다. 다른 한국당 의원들도 선원들의 북송 중단을 요구했고,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회의의 비공개 전환을 요구하면서 한 차례 정회되기도 했다.
정부는 야당에서 문제를 제기한 뒤에야 이들 선원의 추방 사실을 엠바고(보도유예)를 걸고 언론에 알렸다. 이에 대해 통일부는 “절차상 북측으로 인계한 후에 발표하게 돼 있고, 이에 따라 발표를 준비하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정부는 지난 5일 개성남북연락사무소를 통해 이들의 추방 계획을 서면으로 통보했고, 북측은 6일 인수 의사를 밝혀 왔다.
최승욱 손재호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