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20대 민심 잡기’에 총력을 쏟고 있다. 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이 ‘모병제’ 카드를 꺼낸 데 이어 당 전국청년·대학생위원회가 7일 ‘예비군 훈련비 인상’을 촉구하고 나섰다. 내년 4월 총선에서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는 ‘20대 부동층’을 끌어안아 총선 승리의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민주당의 전략으로 풀이된다.
장경태 민주당 전국청년위원장은 7일 기자회견에서 “3일간 생업을 중단하고 입영훈련에 참여하는 예비군에 대한 보상으로 3만2000원이 지급되고 있다”며 “청년자영업자의 경우 며칠간 사업을 아예 접어야하는 상황이다. 분초를 쪼개 생활하는 청년들에게 2박3일 입영 훈련 보상비로 3만2000원은 비현실적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 최저임금의 40%인 병장 월급 기준을 고려해 7만2500원으로 책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헌법에 명시된 군역의 의무를 다하는 20대 청년에게 합당한 보상이 따르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전날 민주연구원의 모병제 카드 띄우기에 이어 20대를 겨냥한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내고 있는 셈이다. 당 지도부는 모병제 전환에 대해 “이제 막 논의를 시작했다”고 했지만 당 안팎에선 약점으로 꼽히는 20대 남성의 표심을 잡기 위한 킬러 콘텐츠를 던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청년 표심이 캐스팅보트…여야 모두 안간힘
민주당이 20대 민심잡기에 나선 이유는 ‘20대 표심’이 내년 21대 총선의 승패를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0대의 투표 참여율은 급격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18대 총선 당시 20대 투표율은 약25%에서 30% 초반대에 그쳤다. 하지만 19대 37.9%~45.4%로 상승한 데 이어 20대 총선에서는 48.9%~52.0%대까지 치솟았다.
현재 여야는 모두 20대 민심잡기에 뚜렷한 결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 4∼6일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1천504명에게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5%포인트)한 결과, 20대의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이 20대 32.3%, 한국당은 31.0%를 기록했다. 양당의 핵심지지층과 비교하면(민주당 40대 52.6%, 한국당 60대 이상 45.4%) 여야 모두 20대 표심이 약점이라 할 수 있다.
더욱이 ‘조국 사태’를 거치며 20대 표심은 오리무중 상태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문제가 젊은 세대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안겼다”며 “그래서 각 정당마다 20대 청년층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게 시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선거가 박빙으로 진행될 경우 20대 표심의 향방이 선거에 영향을 많이 줄 수 있다”며 “지금은 (정당이) 모든 걸 다 준비해놓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정당의 보여주기식 아닌 실질적인 ‘정치세력화’가 문제
문제는 역대 총선마다 20대 표심 잡기가 겉치레에 그쳤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정치권이 20대가 정치세력화할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교수는 “정당들이 선거 때만이 아니라 평소에도 청년층의 정치세력화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민주당이 총선기획단에 2030세대를 많이 포진시켰지만, 실제 공천에도 반영될지는 지켜봐야 한다”며 “청년 세대가 중요하니 (정당이) 이미지 전략으로 쓰겠지만 청년이 대폭 (국회에) 진입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국 사태 이후 출범한 대학생단체 ‘공정추진위원회’의 김근태 대표는 “조국 사태를 통해 정치권이 보여준 것은 청년층이 중요시하는 공정한 사회에 대한 인식이 처참하리만큼 부족하다는 점”이라며 “표심보다는 본질적 가치를 먼저 생각하고 기준을 세워야 청년층이 화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청년들의 정치세력화를 위해 비례대표 중 청년비율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윤호중 민주당 총선기획단장은 내년 총선 때 비례대표 명단을 확정하는 ‘국민공천심사단’의 절반 정도를 20~30대로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 단장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다른 나라는 30대 후반에 정치 입문해 의정 활동하고 정치지도자로 커나간다. 우리는 50대 초선이나 60대 재선한다고 해도 정치인으로서 역량 발휘가 잘 안 된다. 40대에는 초선으로 들어와 경험을 쌓아나가는 게 바람직한 국회 구성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