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내에서 여성 승무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인천공항에서 체포된 몽골 헌법재판소장이 11시간 동안 경찰 조사를 받고 풀려났다. 경찰 조사에서 그는 의자에 등을 기댄 채 진술하는 모습이 방송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조사를 마치고 나온 그는 몰려드는 취재진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한 채 대기하고 있던 차량에 올라탔다. 경찰은 추가 조사 가능성을 검토하기 위해 출국정지 조치를 내렸다.
인천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계는 강제추행 및 협박 혐의로 드바야르 도르지(52‧Odbayar Dori) 몽골 헌법재판소장을 체포해 다시 조사했다고 7일 밝혔다. 이번 조사는 사건 발생 다음 날인 지난 1일 인천국제공항 보안 구역 내 경찰 조사실에서 1시간30분가량 진행한 1차 조사에 이은 두 번째다.
도르지 소장은 지난달 31일 오후 8시5분쯤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인천공항으로 향하던 대한항공 비행기 내에서 여성 승무원의 엉덩이를 만지는 등 강제 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통역을 담당한 몽골 국적의 또 다른 승무원에게도 “몽골에 돌아가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폭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1차 조사 후 아시아헌법재판소연합(AACC)회의가 열린 인도네시아 발리로 출국한 그는 6일 몽골행 비행기 환승을 위해 한국에 다시 들렀다. 경찰은 미리 법원에서 발부받은 영장을 토대로 도르지 소장을 인천공항에서 체포됐으며 인천지방경찰청으로 데려가 오후 1시부터 조사를 시작한 뒤 9시 무렵 석방됐다.
채널A는 경찰 조사를 받는 도르지 소장의 모습을 포착해 6일 공개하기도 했다. 영상엔 통역을 맡은 대사관 직원과 함께 앉아 조사를 받는 도르지 소장은 느긋하게 의자에 등을 기댄 채 손짓을 하면서 본인의 입장을 진술하는 모습이 담겼다.
경찰은 추가 조사 여부를 검토하기 위해 도르지 소장이 몽골로 돌아가지 못하도록 열흘간 출국 정지 조치했다. 또 경찰은 조사를 받지 않고 싱가포르로 출국한 몽골국적 동행인 A씨를 소환하기 위해 주한몽골대사관 측과 일정을 조율하고 있으며 A씨가 한국에 입국하면 곧바로 체포영장을 집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경찰은 지난 1일 면책특권 대상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현행범으로 체포된 도르지 소장을 석방해 논란이 일고 있다. 외교관은 빈 협약에 따라 면책특권을 인정받아 주재국에서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 그러나 외교부는 “도르지 몽골 헌재 소장의 면책특권과 관련해 국제법적으로 검토한 결과 면제 적용 대상이 아니다”라며 “경찰 측에 이를 통보하고 몽골 측에도 이번 사건 수사에 성실히 임하도록 요청했다”고 밝혔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