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과학자들 “기후변화 우리 예상보다 빨라… 유례없는 고통”

입력 2019-11-06 17:21
사진=영국 가디언 웹사이트 캡처

전 세계 과학자 1만1000명이 “세계인들은 큰 변화가 없는 한 기후위기로 인한 유례없는 고통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들은 과학자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기후변화가 훨씬 빠르게 진행돼 비상사태로 치닫고 있다며 ‘탄소세’ ‘성장 중심주의 탈피’ 등 긴급조치를 촉구했다.

국제 과학학술지 바이오사이언스는 제1차 세계기후회의 40주년을 맞아 과학자들이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하는 성명을 실었다고 5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 BBC방송 등이 보도했다. 윌리엄 리플 미국 오리곤 주립대학 교수가 주도한 이 성명은 세계 153개국 과학자 1만1000명의 지지를 받았다. 리플 교수는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극단적인 기후의 급증 때문에 나섰다”며 “과학자들은 치명적인 위협에 대해 경고해야 할 도덕적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경고의 핵심 목적은 단순히 탄소배출이나 표면온도상승이 아닌, 기후 파괴의 원인과 영향을 나타내기 위한 폭넓은 ‘필수 지표’(vital signs)들을 제안하는 것”이라고도 말했다. 이를 위해 삼림 벌채, 항공 운수, 이산화탄소 증가, 1인당 육류 생산, 해빙손실, 화석연료 소비량 등 기후변화에 영향을 미친 29가지 필수 지표를 제안하고, 지난 40년간의 다양한 인간 활동을 기록한 그래프를 제시했다.

예컨대 이들의 연구에 따르면 지난 40년간 풍력 및 태양열 에너지 같은 재생에너비 소비가 10년마다 373% 상승하는 등 진전이 있긴 했지만, 2018년 기준으로 화석연료 에너지 소비량보다 28배 적은 수치였다. 전 세계 인구는 15.5% 증가했지만, 산림 면적과 아마존 열대우림은 각각 49.6%, 24.3%씩 감소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10년마다 17.9%꼴로 증가했지만, 남극의 빙하 면적은 1조2300억t씩 감소했다.

연구진들은 대부분의 필수 지표들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으며 기후 비상사태를 가중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비행기 승객 급증, 국내총생산(GDP) 성장 등 부유한 생활방식과 과도한 소비도 기후위기를 부추긴다고 지적했다.

과학자들은 기후 재앙을 막기 위해 에너지·오염물질·자연·식품·경제·인구 등 6가지 분야에서 긴급조치 방안을 제시했다. 탄소세 적용 등을 통한 화석연료 사용억제, 사용하루 20만명씩 늘어나는 인구를 억제·관리, 삼림파괴 중단, 육식축소 및 채식장려, 메탄 등 오염 물질의 배출 축소, GDP성장에서 탈피한 경제목표 등이다.

과학자들은 “기후변화 논의가 지난 40년간 이어졌지만 우리는 위기를 해결하는 데 실패했다”며 “지속가능한 미래를 보장하기 위해서 인류는 삶의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좋은 소식은 이러한 변화들이 이전보다 훨씬 더 큰 인간복지를 약속한다는 것”이라며 “최근의 (기후변화 대책을 요구하는) 등교거부운동부터 환경오염 기업·국가를 향한 소송에 이르기까지 기후위기에 대한 우려는 고무적”이라고 덧붙였다.

2015년 기후변화를 억제하기 위해 약 200개국이 합의한 파리기후변화협약(파리협약)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보고서도 이날 공개됐다. 환경 비정부기구인 세계생태기금(UEF)은 파리협약을 비준한 184개국 가운데 약 4분의 3에 해당하는 136개국의 이행 노력이 목표치보다 불충분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현재 유럽연합(EU) 회원국 28개국과 노르웨이, 스위스, 우크라이나 등 소수 국가만이 파리협약에 따른 이행 약속을 준수할 뿐, 전 세계 탄소배출의 절반을 내뿜는 중국, 미국, 인도, 러시아 등 4개 국가의 노력은 미비하다는 것이다. UEF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전날 파리협정 탈퇴를 위한 공식 절차에 착수했고 러시아는 파리협약 준수를 위한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중국과 인도는 에너지 시스템을 정비하고 있지만 경제가 급격히 성장해 탄소배출량은 10년간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봤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