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선 전초전 지방선거서 민주당 승리…트럼프 재선 ‘빨간 불’

입력 2019-11-06 17:1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일(현지시간) 켄터키 렉싱턴에서 선거유세를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켄터키 주지사 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했다. AP뉴시스

미국 대선을 1년 앞두고 5일(현지시간) 4개 주(州)에서 실시된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를 거뒀다. 민주당은 ‘대선 전초전’으로 평가되는 버지니아 주의회 선거에서 상하원을 모두 장악한 것은 물론 공화당 텃밭인 켄터키 주지사 선거에서도 승리했다. 재선 승리를 자신하며 이번 선거 막판까지 켄터키주 지원 유세에 나섰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뼈아픈 결과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결과에 대해 “가짜뉴스들은 트럼프 탓을 할 것”이라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민주당은 켄터키, 버지니아, 미시시피, 뉴저지에서 치러진 주지사·주의회 선거에서 미시시피를 제외한 3개 지역에서 승리를 확정짓거나 우위를 이어가고 있다. 가장 이변으로 꼽히는 것은 켄터키주 주지사 선거다. 민주당 후보인 앤디 베셔 켄터키주 법무장관은 49.2%를 득표, 공화당 소속인 매트 베빈 현 주지사(48.8%)를 접전 끝에 따돌렸다.

중서부 농업지대 ‘팜 벨트’에 속하는 켄터키주는 전통적으로 공화당 강세 지역이다.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에게 30% 포인트 넘는 압승을 거둔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선거 지역을 포기하고 집중 유세를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베셔 법무장관은 현역 프리미엄이 있는 베빈 지사에 승리를 거뒀다. 로이터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켄터키주에서 상대적으로 인기를 누려왔지만 이번 선거 결과는 그에게 큰 좌절을 안겨줬다”고 분석했다. 또 워싱턴포스트는 “켄터키주 선거 결과가 트럼프 대통령을 당황스럽게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2020년 대선을 앞둔 공화당원들에게 걱정을 안겨줬다”고 전했다.

민심의 바로미터 역할을 하며 ‘대선 전초전’으로 불린 버지니아 주의회 선거 결과도 민주당의 승리로 돌아갔다. 기존엔 주 상·하원을 모두 공화당이 장악했지만 이번 선거에서 역전됐다. 민주당은 상원에서 21석을 차지해 18석의 공화당을 따돌렸고, 하원에서도 53석을 휩쓸어 42석의 공화당을 제쳤다. 민주당은 25년 만에 처음으로 주의회를 완전히 장악했다. 버지니아는 지난 대선 때 미국 남부지역 주 가운데 유일하게 트럼프 대통령에게 패배를 안긴 곳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지방선거 유세 기간 버지니아를 방문하지 않았다.

이와 함께 민주당은 텃밭인 뉴저지 하원선거에서도 승리를 차지할 전망이다. 전체 하원 80석 중 압도적으로 다수석을 유지할 수 있을 지가 관건이다. 기존에 민주당은 54석, 공화당은 26석이었다. 미 언론은 기존 결과가 비슷하거나 조금 웃돌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반면 공화당 텃밭인 미시시피 주지사 선거에서는 예상대로 공화당 소속인 테이트 리브스 부지사가 승리했다. 리브스 부지사의 득표율은 52.1%로 민주당 후보인 짐 후드 주 법무장관(46.7%)을 5%포인트 이상 앞섰다. 이 지역에서는 1999년 이후 민주당 소속 주지사가 단 한명도 탄생하지 못했다. 주의회 선거 역시 공화당이 상·하원 모두 다수당을 차지할 것으로 관측된다.

2020년 대선을 앞두고 4개 주에서 치러진 지방선거 중 3개 주에서 민주당이 승리하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비상이 걸리게 됐다. 무역전쟁 등에 따른 민심 악화가 전통적 공화당 지지자들조차 등 돌리는 배경이 됐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하지만 이번에 투표율이 워낙 낮아 정확한 민심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6년 대선 당시 버지니아주의 투표율은 72%였으나 이번 선거 투표율은 29%에 그쳤다.

한편 내년 대선을 앞두고 민심을 가늠할 수 있는 지방선거는 오는 16일 루이지애나에서도 예정돼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주 루이지애나를 방문해 주지사 선거에 출마하는 에디 리스폰 후보의 유세를 도울 예정이다. 루이지애나주는 전통적 공화당 텃밭이지만 2015년 주지사 선거에서는 민주당이 승리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