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2019 프리미어12 조별리그가 속속 진행되는 가운데 프로야구와 연을 맺었던 외국인 선수들이 각자 자신의 국가를 위해 뛰고 있어 눈길을 끈다.
가장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친 선수는 지난해 롯데 자이언츠에서 투수로 뛰었던 좌완 펠릭스 듀브론트(베네수엘라)다. 듀브론트는 5일(한국시간) 대만 타오위안 인터내셔널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B조 일본과의 경기에 선발등판해 무실점으로 완벽한 투구를 해냈다.
한국과 함께 가장 강력한 대회 우승후보인 일본을 상대로 펼친 호투라는 점에서 의미는 더욱 깊었다. 듀브론트는 지난해 롯데에서 6승 9패 4.92의 평균자책점으로 기대 이하의 성적을 올리고 시즌 막판 퇴출됐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듀브론트는 4이닝 동안 1피안타 3볼넷을 내줬지만 매이닝 일본의 정예 멤버들을 효과적으로 막아냈다.
이런 호투에도 팀이 승리하지 못한 것이 옥에 티였다. 듀브론트에게 꽁꽁 묶였던 일본 타선은 듀브론트가 내려간 5회말부터 두 점을 따내 2-1로 역전에 성공했다. 일본은 이후 8회 6득점으로 ‘빅이닝’을 만들어내면서 8대 4로 승리했다. 듀브론트가 마운드를 내려간 뒤 일본이 베네수엘라 투수진을 두들기며 그의 투구는 더욱 돋보이게 됐다.
올 시즌 LG 트윈스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 국내 무대에 뛰어든 뒤 180㎞대의 가공할 타구 속도를 자랑한 카를로스 페게로(도미니카공화국)도 조국을 위해 배트를 휘둘렀다. 페게로는 4일 멕시코 과달라하라에서 열린 네덜란드와의 대회 A조 경기에서 4번타자로 출장했다. 이날 페게로는 6회초 쐐기 솔로홈런을 기록하는 등 4타수 3안타 1타점 2득점으로 맹활약하며 팀의 14대 4 7회 콜드게임 승리를 이끌었다. 다만 5일 열린 미국과의 A조 3차전에서는 4번 지명타자로 출장해 5타수 무안타로 팀에 전혀 도움을 주지 못했다. 결국 도미니카공화국은 1승 2패로 11일부터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슈퍼라운드 진출이 좌절됐다.
같은 A조에 속해 페게로에게 난타를 당한 네덜란드에도 익숙한 얼굴이 있다. 지난해까지 KIA 타이거즈에서 두 시즌을 뛰며 호타준족을 뽐낸 외야수 로저 버나디나는 이날 네덜란드의 선발 리드오프로 출장해 1회말 선두타자 홈런을 치며 선취점을 따냈다. 다만 네덜란드는 A조 3경기를 전패하며 더 이상 버나디나의 모습을 프리미어12에서 볼 수 없게 됐다. 올 시즌 SK 와이번스와 롯데에서 뛴 브록 다익손도 캐나다 대표로 선발돼 조만간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일본이 베네수엘라를 힘겹게 누르고 첫 경기에서 승리를 거둔 가운데 같은 조에 속한 대만도 푸에르토리코에게 6대 1로 이겼다. 6일 한국과 호주의 경기에 앞서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C조 첫 경기에서는 캐나다가 쿠바에게 3대 0 완봉승을 거두고 첫 승을 신고했다. 캐나다 선발 필립 오몽은 8이닝 동안 쿠바 타선을 무실점으로 막는 기염을 토했다. 9회말에는 올 시즌 일본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8년간 뛴 뒤 은퇴를 선언한 스캇 매티슨이 마운드에 올라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쿠바의 일본리그 선수들은 무기력했다. 올시즌 일본시리즈 우승팀 소프트뱅크 호크스의 중심타자들인 유리스벨 그라시알, 알프레도 데스파이네는 이날 나란히 무안타로 물러나 고개를 숙였다. 소프트뱅크의 계투 리반 모이네로도 밀어내기 두 개를 헌납했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