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청두 시내의 쟝신 빌딩 23층에 공안이 들이닥쳤다. 중국 기독교의 대표적 지도자인 왕이 목사가 이끄는 이른비언약교회가 있는 곳이었다. 공안은 왕이 목사와 함께 100여명의 성도를 체포했다. 왕이 목사와 그의 부인 장룽은 ‘국가 권력의 전복 유인’ 혐의로 구금됐다. 이후 성도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지난 4월 미국의 기독교전문지 월드매거진은 흩어진 성도들을 찾았다. 주일 아침 그들은 집에 모여 컴퓨터를 켜고 로그인을 했다. 소그룹 지도자들의 설교를 듣기 위해서였다.
월드매거진은 중국이 교회를 탄압하면서 기독교인들은 강제로 가정교회로 보내졌다며 이를 ‘중국풍(Sinicizing)’ 종교라고 정의했다.
한국 순교자의소리(VOM)와 중국의 인권단체 차이나에이드는 6일 “중국 당국이 지하교회는 물론 (당에 협조적이던) 삼자교회까지 탄압하는 수위를 높이고 있다”며 “이는 중국 내 가정교회를 성장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자교회는 삼자애국운동의 줄임말로 중국 내 대표적 개신교단 중 하나다. 지하교회와 달리 모든 활동을 중국 공산당이 통제해 왔고 교회도 당에 협조적이었다.
그러나 이날 VOM이 공개한 문서를 보면 중국의 저장성은 삼자교회들이 세례를 주거나 헌금을 걷고 부흥회하는 것을 금지시켰다. 또 해당 지역 목사들은 설교하기 사흘 전 관계 당국에 설교 내용을 제출하도록 했다.
현숙 폴리 VOM 대표는 “지난해엔 등록된 삼자교회 숫자를 30% 줄이려는 계획이 적힌 후난성의 문서가 공개되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지난주 출석 교인 3000명인 후난성 안후이삼자교회 건물이 철거되기도 했다.
이처럼 중국 정부가 삼자교회를 탄압해도 기독교인 숫자는 감소하지 않고 가정교회가 성장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VOM이 근거로 든 것은 과거 중국과 세계 공산권 국가의 역사에서 세례를 금지하고 국가에 등록된 교회를 폐쇄한 뒤 교회는 지하에서 성장했다는 점이다. 이미 중국에선 수백 개의 가정교회 지도자들이 가정교회 네트워킹을 구축한 상태다.
차이나에이드 대표 밥 푸 목사도 “평신도 지도자와 부모들로 구성된 소규모 가정 모임에서 감당하도록 전략을 수정하는 교회들이 현재 30개 이상의 성(省)에 수백 개가 넘는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VOM과 차이나 에이드는 가정 모임에 건강한 예배와 양육을 위한 자료를 구비해 주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미 가정교회 네트워크의 제안으로 한국 VOM과 차이나에이드가 ‘상자 속의 주일학교’를 만들어 공급했다. 상자엔 교육을 받지 못한 부모도 가정에서 자녀와 친척에게 기독교 신앙을 가르칠 수 있도록 고안한 자료들이 들어 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